어처구니
ㅡ 마경덕
나무와 돌이 한 몸이 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
근본이 다르고
핏줄도 다른데 눈 맞추고
살을 섞는다는 것
아무래도 어처구니없는 일
한곳에 붙어살며 귀가 트였는지,
벽창호 같은 맷돌
어처구니 따라
동그라미를 그리며 순하게 돌아간다
한 줌 저 나무
고집 센 맷돌을 한 손으로 부리다니
참 어처구니없는 일
[작가] 1954년 전남 여수에서 출생했으며,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었고, 시집으로 『신발론』, 『글러브중독자』, 『사물의 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