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클립/시와 수필

어처구니

어산(於山) 2019. 10. 26. 16:42

어처구니

 

                        ㅡ 마경덕

 

나무와 돌이 한 몸이 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

 

근본이 다르고

핏줄도 다른데 눈 맞추고

살을 섞는다는 것

아무래도 어처구니없는 일

 

한곳에 붙어살며 귀가 트였는지,

 

벽창호 같은 맷돌

어처구니 따라

동그라미를 그리며 순하게 돌아간다

 

한 줌 저 나무

고집 센 맷돌을 한 손으로 부리다니

 

참 어처구니없는 일

 

 


[작가] 1954년 전남 여수에서 출생했으며,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었고, 시집으로 『신발론』, 『글러브중독자』, 『사물의 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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