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델란드인의 미적 감각을 대변하는 하나의 사례가 바로 '튤립파동(Tulip mania)이다. 튤립파동은 역사상 최초의 버블현상이자, 네델란드가 영국에 경제대국의 지위를 넘겨준 결정적 요인이었다.
16세기 터키에서 수입된 이래 튤립은 유럽 전역에서 인기가 높았다. 이런 와중에 렘브란트의 고향인 라이덴의 식물원에서 한 교수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튤립의 색깔이 알록달록하게 변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 과학적 발견은 세상에 유일무이한 나만의 튤립을 가지고 싶어 안달이 난 유럽의 귀족들의 허영심에 불을 질렀다. 매년 새롭게 개량된 튤립이 발표되었고, 튤립은 투자의 대상에서 투기의 대상으로 정체성이 빠르게 바뀌었다. 1634년 선보인 '피세로이(Viceroy, 남작)'라는 이름의 튤립은 구근 하나에 치즈 1파운드에 소 네 마리, 돼지 여덟 마리, 양 열두 마리, 그리고 옷 한벌을 한꺼번에 지불해야 살 수 있는, 오늘날로 치면 약 1억 6,000만원 상당의 사치품이었다. 1635년에는 '젬퍼 아우구스투스(Semper Augustus)'라는 종자가 집 여섯 채 가격에 팔려 기록을 갱신했다.
그러나 1637년에 최고점에 오른 튤립 가격은 정점을 치자마자 한 달 만에 1퍼센트 수준으로 급락했다. 튤립을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서 네델란드 상인들은 빈털털이가 되었고 투자한 귀족들은 몰락했다.
[출처] 예술의 사생활: 비참과 우아, 노승림 지음, 마티,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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