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향기/맹자

9. 만장 상(萬章·上) 1-4

어산(於山) 2018. 11. 23. 15:41


1 .

萬章問曰, "舜往于田, 號泣于旻天, 何爲其號泣也?" 孟子曰, "怨慕也." 萬章曰, "'父母愛之, 喜而不忘, 父母惡之, 勞而不怨.' 然則舜怨乎?" 曰, "長息問於公明高曰, '舜往于田, 則吾旣得聞命矣, 號泣于旻天, 于父母, 則吾不知也.' 公明高曰, '是非爾所知也.' 夫公明高以孝子之心, '爲不若是恝, 我竭力耕田, 恭爲子職而已矣, 父母之不我愛, 於我何哉?' 帝使其子九男二女, 百官牛羊倉廩備, 以事舜於畎畝之中, 天下之士多就之者, 帝將胥天下而遷之焉. 爲不順於父母, 如窮人無所歸.

만장문왈, "순왕우전, 호읍우민천, 하위기호읍야?" 맹자왈, "원모야." 만장왈, "'부모애지, 희이불망, 부모오지, 노이불원.' 연즉순원호?" 왈, "장식문어공명고왈, '순왕우전, 즉오기득문명의, 호읍우민천, 우부모, 즉오부지야.' 공명고왈, '시비이소지야.' 부공명고이효자지심, '위불약시괄, 아갈력경전, 공위자직이이의, 부모지불아애, 어아하재?' 제사기자구남이녀, 백관우양창름비, 이사순어견모지중, 천하지사다취지자, 제장서천하이천지언. 위불순어부모, 여궁인무소귀.

만장이 물었다. "순임금이 밭에 가서 하늘을 부르며 울었다고 하는데, 왜 그랬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부모님을 원망하면서도 사모했기 때문이다." 만장이 다시 물었다. "부모님이 사랑해주면 기뻐하고 잊지 않으며, 부모님이 미워하면 더욱 노력하고 원망하지 말아야 하는데, 순임금은 부모님을 원망했습니까?" 맹자가 다시 대답했다. "장식이 공명고에게 '순임금이 밭에서 농사를 지은 일은 제가 이미 배웠지만, 하늘과 부모님을 부르며 울었다는 것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라고 묻자, 공명고가 '이는 네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대답했다. 공명고는 순임금같은 효자는 마음속으로 근심이 없을 수 없다고 하며, '나는 힘을 다해 밭을 갈아 공손하게 자식의 직분을 다할 뿐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겠지.'라고 했다. 요임금은 자신의 아홉 아들과 두 딸에게 백관을 거느리고 소와 양과 소와 창고를 갖추어 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순을 섬기도록 했다. 세상의 많은 선비들이 순을 찾아가자 요임금은 장차 세상의 인심을 살펴 제위를 물려주려고 했지만, 순은 부모님의 마음에 들지 못해 곤궁한 사람들이 돌아갈 곳이 없는 것처럼 스스로 생각했다.    

* 만장(萬章): 맹자의 제자이다.

** 장식(長息): 공명고의 제자이다.

*** 공명고(公明高): 증자의 제자이다.


天下之士悅之, 人之所欲也, 而不足以解憂, 好色人之所欲, 妻帝之二女, 而不足以解憂, 富人之所欲, 富爲天下, 而不足以解憂, 貴人之所欲, 貴爲天子, 而不足以解憂. 人悅之好色富貴, 無足以解憂者, 惟順於父母可以解憂. 人少則慕父母, 知好色則慕少艾, 有妻子則慕妻子, 仕則慕君, 不得於君則熱中. 大孝終身慕父母. 五十而慕者, 予於大舜見之矣."

천하지사열지, 인지소욕야, 이부족이해우, 호색인지소욕, 처제지이녀, 이부족이해우, 부인지소욕, 부위천하, 이부족이해우, 귀인지소욕, 귀위천자, 이부족이해우. 인열지호색부귀, 무족이해우자, 유순어부모가이해우. 인소즉모부모, 지호색즉모소애, 유처자즉모처자, 사즉모군, 부득어군즉열중. 대효종신모부모. 오십이모자, 여어대순견지의."  

사람이라면 세상의 선비들이 자기를 좋아해주는 것은 바라는 바이지만 이로써도 순의 근심을 풀지 못하고, 여자를 좋아하는 것 또한 남자들이 바라는 바이지만 요임금의 두 딸을 아내로 삼아도 순의 근심을 풀지 못하고, 부유함을 바라는 바이지만 세상의 부를 다 차지해도 순의 근심을 풀지 못하고, 귀하게 됨을 바라는 바이지만 천자가 되어도 순의 근심을 다 풀지 못했다.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아름다운 여자와 부귀로도 순임금의 근심을 풀지 못하고 오직 부모님의 마음에 들어야 근심이 풀어질 수 있었다. 남자가 어릴 때에는 부모님을 사모하지만, 여자를 알게 되면 예쁜 소녀를 사랑하고, 아내와 자식이 생기면 그들을 사랑하고, 벼슬하면 임금을 사모하고 그에게 신임을 받지못하면 마음이 달아 오르게 된다. 그러나 큰 효도는 평생토록 어버이를 사모하는 것이다. 나는 위대한 순임금에게서 나이 50이 되어서도 부모님을 사모함을 보았다."     


2.

萬章問曰, "詩云, '娶妻如之何? 必告父母.' 信斯言也, 宜莫如舜. 舜之不告而娶, 何也?" 孟子曰, "告則不得娶. 男女居室, 人之大倫也. 如告, 則廢人之大倫, 以懟父母, 是以不告也." 萬章曰, "舜之不告而娶, 則吾旣得聞命矣, 帝之妻舜而不告, 何也?" 曰, "帝亦知告焉則不得妻也." 萬章曰, "父母使舜完廩, 捐階, 瞽瞍焚廩. 使浚井, 出, 從而揜之. 象曰, '謨蓋都君咸我績, 牛羊父母, 倉廩父母, 干戈朕, 琴朕, 弤朕, 二嫂使治朕棲.' 象往入舜宮, 舜在牀琴.

만장문왈, "시운, '취치여지하? 필고부모. 신사언야, 의막여순. 순지불고이취, 하야?" 맹자왈, "고즉부득취. 남녀거실, 인지대륜야. 여고, 즉폐인지대륜, 이대부모, 시이불고야." 만장왈, "순지불고이취, 즉오기득문명의, 제지처순이불고, 하야?" 왈, "제역지고언즉부득처야." 만장왈, "부모사순완름, 연계, 고수분름. 사준정, 출, 종이엄지. 상왈, '모개도군함아적, 우양부모, 창름부모, 간과짐, 금짐, 저짐, 이수사치짐서.' 상왕입순궁, 순재상금.

만장이 물었다. "<시경>에 의하면, '장가들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반드시 부모님에게 알려야 한다.'고 하는데, 이대로라면 순임금처럼 하면 안 됩니다. 순임금이 부모님에게 알리지도 않고 장가든 것은 왜 그렇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부모님에게 알렸다면 장가들 수 없었을 것이다. 남녀가 결혼하는 것은 사람의 중요한 윤리인데, 만약 미리 알렸다면 결혼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부모님을 원망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알리지 않은 것이다." 만장이 다시 말했다. "순임금이 자신의 부모님에게 말하지 않고 아내를 얻은 것에 대해서는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요임금이 딸을 순에게 시집보내면서도 왜 그렇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요임금 역시 알리면 딸을 시집보낼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만장이 말했다. "순의 부모님이 곳간을 수리하게 하고 사다리를 치운 다음 고수가 불을 질렀습니다. 또 우물을 파내게 하고는 순이 나왔는데 모르고 흙을 덮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상이 말했습니다. "순을 생매장하는 꾀는 내 공입니다. 소외 양과 곳간은 부모님이 차지하고, 창과 칼과 비파와 활은 내가 차지하고, 두 형수는 내 살림을 돌보게 할 것입니다.' 상이 물건을 가지러 순의 집에 들어가니 순이 평상에 앉아 거문고를 타고 있었습니다.  

* <시경> 남산(南山)에 나온다.

** 순임금의 부모는 미련하고 간악해서 항상 아들을 학대하고 해치려고 했다. 아버지의 이름이 고수(瞽瞍)이다.

*** 상(象): 순임금의 동생이다.


象曰, '鬱陶思君爾.’ 忸怩. 舜曰, '惟玆臣庶, 汝其于予治.’ 不識舜不知象之將殺己與?" 曰, "奚而不知也? 象憂亦憂, 象喜亦喜." 曰, "然則舜僞喜者與?" 曰, "否, 昔者有饋生魚於鄭子産, 子産使校人畜之池. 校人烹之, 反命曰, '始舍之, 圉圉焉, 少則洋洋焉, 悠然而逝.' 子産曰, '得其所哉! 得其所哉!' 校人出, 曰, ‘孰謂子産智? 予旣烹而食之, 曰, 得其所哉, 得其所哉.' 故君子可欺以其方, 難罔以非其道. 彼以愛兄之道來, 故誠信而喜之, 奚僞焉?"

상왈, '울도사군이.' 뉵니. 순왈, '유자신서, 여기우여치.' 불식순부지상지장살기여?" 왈, "해이부지야? 상우역우, 상희역희." 왈, "연즉순위희자여?" 왈, "부. 석자유궤생어정자산, 자산사교인축지지. 교인팽지, 반명왈, '시사지, 어어언, 소즉양양언, 유연이서.' 자산왈, '득기소재! 득기소재! 교인출, 왈, '숙위자산지? 여기팽식지, 왈, 득기소재, 득기소재.' 고군자가사이기방, 난망이비기도. 피이애형지도래, 고성신이희지, 해위언?"

그러자 상이 '울적하여 형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어색해서 어쩔줄 몰라 했는데, 순이 '나의 신하와 백성들이 있으니 네가 내 대신 다스리도록 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순은 상이 자기를 죽이려 하는 것을 몰랐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어찌 몰랐겠느냐? 상이 근심하면 순도 같이 근심했고, 상이 기뻐하면 순도 같이 기뻐했다." 만장이 "그러면 순은 거짓으로 기뻐한 것입니까?"라고 묻자, 맹자가 대답했다. "아니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살아있는 물고기를 정나라 자산에게 주었다. 자산이 교인에게 연못에서 키우도록 지시했는데, 교인이 삶아 먹고나서 보고하기를 '물고기를 풀어 놓으니 처음에는 비실대다가 금새 기운을 차려 멀리 가버렸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그런지도 모르고 자산이 말했다. '제 자리를 찾아 갔구나! 제 자리를 찾아 갔구나!' 그러자 교인이 나가서 말했다. '누가 자산이 지혜롭다고 말했는가? 내가 물고기를 삶아 먹어 버렸는데도 제 자리를 찾아 갔구나, 제 자리를 찾아 갔구나라고 말하더라.' 그러므로 군자는 그럴듯한 방법으로는 속일 수 있지만 이치에 맞지 않는 방법으로는 속이기 어렵다. 동생이 형을 사랑하는 태도로 왔기 때문에 진실이라고 믿고 기뻐한 것이지 어찌 거짓으로 속이겠느냐?" 

* 도군(都君): 순이 도에 산 지 3년이 되어서 도군이라고 불렀다.

** 자산(子産): 본명은 공손교(公孫僑)이다. 정나라의 유능한 정치가, 외교가이며, 합리주의적인 사상가였다.

*** 교인(校人): 연못을 관리하는 관직명이다.


3.

萬章問曰, "象日以殺舜爲事, 立爲天子則放之, 何也?" 孟子曰, "封之也, 或曰, 放焉." 萬章曰, "舜流共工于幽州, 放驩兜于崇山, 殺三苗于三危, 殛鯀于羽山, 四罪而天下咸服, 誅不仁也. 象至不仁, 封之有庳. 有庳之人奚罪焉? 仁人固如是乎在他人則誅之, 在弟則封之?"

만장문왈, "상일이살순위사, 립위천자즉방지, 하야?" 맹자왈, "봉지야, 혹왈, 방언." 만장왈, "순류공공우유주, 방환도우숭산, 살삼묘우삼위, 극곤우우산, 사죄이천하함복, 주불인야. 상지불인, 봉지유비. 유비지인해죄언? 인인고여시호재타인즉주지, 재제즉봉지?"

만장이 물었다. "상이 날마다 순을 죽이기를 일 삼았는데, 순은 임금이 된 뒤에 그를 추방하는데 그쳤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맹자의 대답이다. "사실은 영지를 주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추방했다고 한다." 만장이 다시 물었다. "순이 공공을 유주로 귀양보내고, 환도를 숭산으로 추방하고, 삼묘를 삼위에서 처형하고, 곤을 우산에서 죽였습니다. 이 네 명을 처벌하자 천하가 모두 복종한 것은 불인한 사람들을 없앴기 때문입니다. 상은 아주 불인한 사람인데도 유비 땅을 영지로 받았습니다. 유비 사람들은 무슨 죄입니까? 어진 분이 그럴 수 있습니까? 다른 자들은 없애 버리고, 자기 동생은 영지를 주다니요?" 

* 유비(有庳): 현재 호남성(湖南省)의 지역 명이다.

** 곤(鯀): 우(禹)의 아버지로 치수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 우산으로 연금시켰다.  


曰, "仁人之於弟也, 不藏怒焉, 不宿怨焉, 親愛之而已矣. 親之, 欲其貴也, 愛之, 欲其富也. 封之有庳, 富貴之也. 身爲天子, 弟爲匹夫, 可謂親愛之乎?" "敢問或曰放者, 何謂也?" 曰, "象不得有爲於其國, 天子使吏治其國而納其貢稅焉, 故謂之放. 豈得暴彼民哉? 雖然, 欲常常而見之, 故源源而來, '不及貢, 以政接于有庳.' 此之謂也."

왈, "인인지어제야, 불장노언, 불숙원언, 친애지이이의. 친지, 욕기귀야, 애지, 욕기부야. 봉지유비, 부귀지야. 신위천자, 제위필부, 가위친애지호?" "감문혹왈방자, 하위야?" 왈, "상부득유위어기국, 천자사리치기국이납기공세언, 방위지방. 기득폭피민재? 수연, 욕상상이견지, 방원원이래, '불급공, 이정접우유비.' 차지위야."

맹자가 대답했다. "마음이 어진 사람은 동생에게 노여움을 품지도 않고, 원한이 있어도 오래 가지 않고, 친하게 지내고 사랑할 뿐이다. 친하게 지내면 그가 귀하게 되기를 바라고, 사랑하면 부유해지기를 바란다. 유비 땅에 봉한 것은 동생을 부귀하게 한 것이다. 자신은 임금이 되었는데, 동생이 보통 사람이라면 친하게 지내고 사랑한다고 할 수 있겠느냐?" 만장이 물었다. "어떤 사람들이 추방했다고 말한 것은 왜 그렇습니까?" 맹자가 다시 말했다. "상은 그 지역을 다스리지는 못했다. 임금이 관리를 보내 다스리고 공물과 세금을 내도록 했다. 그래서 상을 추방했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니 어찌 백성들에게 포악하게 할 수 있었겠는가? 비록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늘 동생을 보고 싶어해서 자주 찾아오게 했다. '조공할 시기가 오지 않았는데, 정사를 이유로 유비의 동생을 만났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를 말한다."

        

4.

咸丘蒙問曰, "語云, '盛德之士, 君不得而臣, 父不得而子.' 舜南面而立, 堯帥諸侯北面而朝之, 瞽瞍亦北面而朝之. 舜見瞽瞍, 其容有蹙. 孔子曰, '於斯時也, 天下殆哉, 岌岌乎!' 不識此語誠然乎哉?" 孟子曰, "否, 此非君子之言, 齊東野人之語也. 堯老而舜攝也. 堯典曰, '二十有八載, 放勳乃徂落, 百姓如喪考妣, 三年, 四海遏密八音.' 孔子曰, '天無二日, 民無二王.' 舜旣爲天子矣, 又帥天下諸侯以爲堯三年喪, 是二天子矣." 咸丘蒙曰, "舜之不臣堯, 則吾旣得聞命矣. 詩云, '普天之下, 莫非王土, 率土之濱, 莫非王臣.' 而舜旣爲天子矣, 敢問瞽瞍之非臣, 如何?"

함구몽문왈, "어운, '성덕지사, 군부득이신, 부부득이자.' 순남면이립, 요사제후북면이조지, 고수역북면니조지. 순견고수, 기용유축. 공자왈, '어사시야, 천하태재, 급급호!' 불식차어성연호재?" 맹자왈, "부, 차비군자지언, 제동야인지어야. 요로이순섭야. 요전왈, '이십유팔재, 방훈내조락, 백성여상고비, 삼년, 사해알밀팔음.' 공자왈, '천무이일, 민무이왕.' 순기위천자의, 우사천하제후이위요삼년상, 시이천하의." 함구몽왈, "순지불신요, 즉오기득문명의. 시운, '보천지하, 막비왕토, 솔토지빈, 막비왕신.' 이순기위천자의. 감문고수지비신, 하여?"

함구몽이 물었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덕이 많은 사람은 아무리 임금이라도 신하로 대할 수 없고, 아무리 아버지라도 자식으로 대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순이 제위에 오르자 요도 제후들을 데리고 와서 배알하고, 아버지 고수 역시 그렇게 헸습니다. 순임금이 고수를 만날 때에는 미간을 찌푸렸습니다. 이에 대해 공자가 말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세상이 위태롭고 모든 것이 불안했다!' 이 말이 진실인지 정말 몰랐을까요?" 맹자가 대답했다. "아닙니다. 이는 군자의 말이 아니라 제나라 동쪽에 사는 야인들의 말입니다. 요임금이 늙어서 순임금이 정치를 대신 했을 뿐입니다. <서경> 요전에 의하면 '요임금이 재위 28년에 승하하자, 백성들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듯이 3년상을 치르고 온 나라가 음악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공자의 말입니다. '하늘에는 해가 둘이 있을 수 없고, 백성에게는 왕이 둘이 있을 수 없다.' 순이 이미 임금이 되었는데,  천하의 제후들을 데리고 요임금의 3년상을 치른다면 이는 임금이 둘이라는 것입니다." 함구몽이 말했다. "순임금이 힘을 써서 요를 신하로 만들지 않았음은 이제 알았습니다. 그런데 <시경>에 아르기를, '넓고 넓은 하늘 아래 임금의 영토가 아닌 곳이 없다. 영토의 끝까지 임금의 신하가 아닌 곳이 없다.'고 했습니다. 순임금이 이미 제위에 있었는데, 고수 한 사람만 신하가 아니라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닙니까?"  

* 방훈(放勳): 요임금의 이름이다.

** <시경> 소아(小雅) 북산(北山)에 나온다.  


曰, "是詩也, 非是之謂也, 勞於王事而不得養父母也. 曰, '莫非王事, 我獨賢勞也.' 故說詩者, 不以文害辭, 不以辭害志. 以意逆志, 是爲得之. 如以辭而已矣. 雲漢之詩曰, '周餘黎民, 靡有孑遺.' 信斯言也, 是周無遺民也. 孝子之至, 莫大乎尊親, 尊親之至, 莫大乎以天下養. 爲天子父, 尊之至也, 以天下養, 養之至也. 詩曰, '永言孝思, 孝思維則.' 此之謂也. 書曰, '祗載見瞽瞍, 夔夔齊栗, 瞽瞍亦允若.' 是爲父不得而子也?"

왈, "시시야, 비시지위야, 노어왕사이부득양부모야. 왈, '막비왕사, 아독현로야.' 고설시자, 불이문해사, 불이사해지. 이의역지, 시위득지. 여이사이이의. 운한지시왈, '주여려민, 미유혈유.' 신사언야, 시주무유민야. 효자지지, 막대호존친, 존친지지, 막대호이천하양. 위천자부, 존지지야, 이천하양, 양지지야. 시왈, '영언효사, 효사유직.' 차지위야. 서왈, '지재현고수, 기기재율, 고수역윤약.' 시위부부득이자야?"

맹자가 대답했다. "그것은 <시경>에서 말하는 바가 아니다. 그 시는 세상에  임금이 시키는 일이 너무 많아서 부모님을 봉양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세상에 임금을 위한 일이 아닌 것이 없지만 나 홀로 애쓴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시를 해석할 때에는 글자 하나하나에 매달려 문장의 뜻을 해치면 안되고, 문장 하나하나에 매달려 시 전체의 뜻을 해치면 안 된다. 오직 읽는 사람의 마음으로 글쓴이의 뜻을 마주할 때에만 비로소 시를 이해할 수 있다. <시경> 대아 운한편에 '주나라의 백성으로 살아남은 사람이 한 명도 없네.'라는 구절이 있는데, 글자 그대로만 보면 주나라의 유민이 한 명도 없어야 맞다. 효자가 지극하면 부모님을 존중하는 것만큼 큰 것이 없고, 어버이를 존중함이 지극하면 천하로써 봉양하는 것만큼 큰 것이 없다. 임금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존중의 극치이고, 천하로써 봉양한다는 것은 봉양의 극치이다. <시경>에 나오는 '영원히 효도와 사모함을 말하라.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라는 구절은 바로 이를 말한 것이다. <서경>에서는 또 '조심스럽게 받들어 아버지 고수를 만나고 단정하게 두려워 했다. 아버지 고수도 진실로 순임금을 어기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아무리 아버지라도 덕이 많은 아들을 함부로 할 수 없음을 말하지 않느냐?"

* <시경> 하무(下武)에 나온다.  

** <서경> 대우모 편(大禹謨篇)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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