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
- 김소월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랴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이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작가] 김소월(1920.9~1934.12)
본명 김정식. 평북 구성군 출생. 오산고보 재학 중 3.1운동으로 문을 닫자, 경성 배재고보 5학년으로 편입. 1920년 동인지 '창조' 5호에 처음 시를 발표. 1925년에는 생전의 유일한 시집 '진달래꽃'을 발간했다. 지병인 류마티스관절염으로 고생하다 평북 곽산에서 33세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