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향기/맹자

10. 만장 하(萬章·下) 4-6

어산(於山) 2018. 11. 27. 19:13


4.

萬章問曰, "敢問交際何心也." 孟子曰, "恭也." 曰, "'却之却之爲不恭', 何哉?" 曰, "尊者賜之, 曰, '其所取之者義乎, 不義乎?' 而後受之, 以是爲不恭, 故弗却也." 曰, "請無以辭却之, 以心却之, 曰, '其取諸民之不義也', 而以他辭無受, 不可乎?" 曰, "其交也以道, 其接也以禮, 斯孔子受之矣." 萬章曰, "今有禦人於國門之外者, 其交也以道, 其餽也以禮, 斯可受禦與?"

만장문왈, "감문교제하심야." 맹자왈, "공야." 왈, "'각지각지위불공', 하재?" 왈, "존자사지, 왈, '기소취지자의호, 불의호?' 이후수지, 이시위불공, 고불각야." 왈, "청무이사각지, 이심각지, 왈, '기취제민지불의야', 이이차사무수, 불가호?" 왈, "기교야이도, 기접야이례, 사공자수지의." 만장왈, "금유어인어국문지외자, 기교야이도, 기궤야이례, 사가수어여?"   

만장이 물었다. "제후들과 현인들의 교제는 어떤 마음으로 하는 것입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공손한 마음으로 한다." 만장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제후들이 주는 선물을 받지 않으면 왜 공손하지 않다고 합니까?" 맹자가 다시 대답했다. "윗사람이 주는 것인데, 그가 이 물건을 의롭게 취했을지 아니면 의롭지 않게 취했을지 따져보고 나서 받는다면 공손하지 않게 보인다. 그래서 거절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만장이 또 물었다. "그렇다면 말로 거절하지 않지만 마음속으로 거절하면서 다른 구실을 내세워 받지 않는다면 되지 않겠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상대방이 도로써 사귀고, 예로써 대하면 그런 선물은 공자도 받았다." 만장이 다시 물었다. "지금 성문 밖에서 지나는 사람들을 가로막고 강도짓을 하는 자가 있는데, 그가 도로써 사귀고 예로써 선물을 보낸다면 그 강도질한 물건을 받아도 됩니까?"    


曰, "不可, 康誥曰, '殺越人于貨, 閔不畏死, 凡民罔不譈.' 是不待敎而誅者也. 殷受夏, 周受殷, 所不辭也, 於今爲烈, 如之何其受之?" 曰, "今之諸侯取之於民也, 猶禦也. 苟善其禮際矣, 斯君子受之, 敢問何說也?" 曰, "子以爲有王者作, 將比今之諸侯而誅之乎? 其敎之不改而後誅之乎? 夫謂非其有而取之者盜也, 充類至義之盡也. 孔子之仕於魯也, 魯人獵較, 孔子亦獵較. 獵較猶可, 而況受其賜乎?"

왈, "불가, 강고왈, '살월인우화, 민불외사, 범민망불대.' 시불대교이주자야. 은수하, 주수은, 소불사야, 어금위열, 여지하기수지?" 일, "금지제후취지어민야, 유어야. 구선기례제의, 사군자수지, 감문하설야?" 왈, "자이위유왕자작, 장비금지제후이주지호? 기교지불개이후주지호? 부위비기유이취지자도야, 충류지의지개야. 공자지사어로야, 노인렵교, 공자역렵교. 엽교유가, 이황수기사호?"

맹자의 대답이다. "안 된다. <서경> 강고편에 이르기를, '사람을 죽여서 재물을 빼앗고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모든 백성들이 원망한다.'고 했다. 이러한 자는 굳이 임금의 명을 기다리지 않고 죽여도 되는 것이다. 은나라는 하나라의 제도를 물려받고, 주나라는 은나라의 제도를 물려받아 그 제도를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확실하게 시행하고 있는데, 어찌 그런 물건을 받겠느냐?" 이에 만장이 말했다. "제후들이 백성들에게서 재물을 취하는 것이 마치 강도질하는 것과 같습니다. 다만 예를 갖춰 교제하기 위해 주는 선물을 군자가 받는다면 어떻게 설명합니까?" 맹자가 다시 대답한다. "만약 왕도정치를 하는 사람이 나온다면 지금의 제후들을 모두 죽이겠느냐? 아니면 가르쳐보고 바뀌지 않으면 죽이겠느냐? 자기 소유가 아닌 물건을 취하는 자를 도둑이라고 한다면 너무 극단적으로 보는 것이다. 공자가 노나라에서 벼슬할 때의 일이다. 노나라 사람들이 사냥대회를 하면 공자도 참가했는데, 사냥대회가 옳다면 대회가 끝난 후에 잡은 짐승을 상으로 받는 것도 역시 옳지 않겠느냐?"             


曰, "然則孔子之仕也, 非事道與?” 曰, "事道也." "事道奚獵較也?" 曰, "孔子先簿正祭器, 不以四方之食供簿正." 曰, "奚不去也?" 曰, "爲之兆也. 兆足以行矣, 而不行, 而後去, 是以未嘗有所終三年淹也. 孔子有見行可之仕, 有際可之仕, 有公養之仕. 於季桓子, 見行可之仕也, 於衛靈公, 際可之仕也, 於衛孝公, 公養之仕也."

왈, "연즉공자지사야, 비사도여?" 왈, "사도야." "사도해렵교야?" 왈, "공자선부정제기, 불이사방지식공부정." 왈, "해불거야?" 왈, "위지조야. 조족이행의, 이불행, 이후거, 시이미상유소종삼년엄야. 공자유견행가지사, 유제가지사, 유공양지사. 어계항자, 견행가지사야, 어위령공, 제가지사랴, 어위효공, 공양지사야."

만장의 질문이 이어진다. "그런데 공자가 벼슬을 한 것은 도를 실천하기 위한 일이 아니었습니까?" 맹자가 "물론이다."라고 대답하자 만장이 따졌다. "그렇다면 어찌 사냥대회에 나갑니까?" 맹자의 대답이다. "공자는 먼저 제사에 쓸 제기와 제물을 장부에 정리하고, 전국에서 들어 온 음식은 제물로 쓰지 않았다." 만장이 또 "공자는 왜 그만두지 않았는지 묻자 맹자가 대답했다. "도를 실천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 잘 될 수 있는 조짐이 있는데도 실천할 수 없게 되자 그만두고 떠났다. 그래서 이제까지 3년이 지날 때까지 한 곳에 머문 경우가 없었다. 공자는 자신의 주장인 도덕정치를 실천할 수 있는지 보고나서 벼슬하거나, 군자를 예우하는 것이 합당한 경우에 벼슬하거나, 그 나라에서 인재를 양성하려는 뜻이 있을 때 벼슬했다. 계환자는 도덕정치를 실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고, 위나라 영공은 예우가 합당했기 때문이었고, 위나라 효공은 인재를 양성했으므로 벼슬했던 것이다."  

* 계환자(季桓子): 노(魯)나라의 대부이다.             


5.

孟子曰, "仕非爲貧也, 而有時乎爲貧, 娶妻非爲養也, 而有時乎爲養. 爲貧者, 辭尊居卑, 辭富居貧. 辭尊居卑, 辭富居貧, 惡乎宜乎? 抱關擊柝. 孔子嘗爲委吏矣, 曰, '會計當而已矣.' 嘗爲乘田矣, 曰, '牛羊茁壯長而已矣.' 位卑而言高, 罪也, 立乎人之本朝, 而道不行, 恥也."

맹자왈, "사비위빈야, 이유시호위빈, 취처비위양야, 이유시호위양. 위빈자, 사존거비, 사부거빈. 사존거비, 사부거빈, 오호의호? 포관격탁. 공자상위위리의, 왈, '회계당이이의.' 상위승전의, 왈, '우양촬장장이이의.' 위비이언고, 죄야, 입호인지본조, 이도불행, 치야."

맹자의 말이다. "벼슬이 단지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그래서 하기도 하고, 장가드는 일이 단지 봉양을 받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그래서 하기도 한다.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서 벼슬을 하게 되면 높은 벼슬을 사양하고 낮은 자리에 있으면서 많은 녹봉을 사양하고 적게 받아야 한다. 높은 벼슬을 사양하고 낮은 자리에 있으면서 많은 녹봉을 사양하고 적게 받으려면 어떤 자리가 마땅할까? 성문을 지키는 문지기나 목탁을 치는 야경꾼이 좋다. 공자가 전에 '위리'를 할 때에는 '회계일을 할 뿐이다.'라고 말했고,  승전을 할 때에는 '송와 양이 무럭무럭 크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벼슬이 낮은데도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처럼 떠드는 것은 잘못이고, 조정의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도를 실천하지 않으면 부끄러워 해야 한다.  

* 위리(委吏): 창고의 출납을 담당하는 하급 관리이다. 

** 승전(乘田): 나라에서 운영하는 목축장을 관리하는 하급직이다.     


6.

萬章曰, "士之不託諸侯, 何也?" 孟子曰, "不敢也. 諸侯失國, 而後託於諸侯, 禮也, 士之託於諸侯, 非禮也." 萬章曰, "君餽之粟, 則受之乎?" 曰, "受之." "受之何義也?" 曰, "君之於氓也, 固周之." 曰, "周之則受, 賜之則不受, 何也?" 曰, "不敢也." 曰, "敢問其不敢何也?” 曰, "抱關擊柝者皆有常職以食於上, 無常職而賜於上者, 以爲不恭也." 曰, "君餽之, 則受之, 不識可常繼乎?"

만장왈, "사지불탁제후, 하야?" 맹자왈, "불감야. 제후실국, 이후탁어제후, 예야, 사지탁어제후, 비례야." 만장왈, "군궤지속, 즉수지호?" 왈, "수지." "수지하의야?" 왈, "군지어맹야, 고주지." 왈, "주지즉수, 사지즉불수, 하야?" 왈, "불감야." 왈, "감문기불감하야?" 왈, "포관격탁자개유상직이식어상, 무상직이사어상자, 이위불공야." 왈, "군궤지, 즉수지, 불식가상계호?"

만장이 "선비가 제후에게 의탁하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하고 묻자 맹자가 대답했다. "감히 그렇게 하지 못한다. 한 제후가 나라를 잃고 다른 제후에게 의탁하는 것은 예라고 하지만, 선비가 제후에게 의탁하는 것은 예가 아니다." 만장이 다시 물었다. "임금이 곡식을 보내주면 받습니까?" 맹자의 대답이다. "받는다." "받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만장이 또 묻자, 맹자가 대답했다. "임금은 원래 백성을 구제해야 한다." 만장이 따진다. "임금이 구제하기 위해 주는 것은 받고, 선물로 주는 것은 받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감히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장이 또 따져 묻는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맹자가 대답한다. "성문을 지키는 문지기나 목탁을 치는 야경꾼도 일정한 직책이 있어서 녹봉을 받아먹고 살지만, 일정한 직책도 없는데 임금에게 선물을 받는 것은 공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장이 또 묻는다. "임금이 구제하기 위해 주는 것은 받아도 된다고 하지만, 계속해서 받아도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曰, "繆公之於子思也, 亟問, 亟餽鼎肉. 子思不悅. 於卒也, 摽使者出諸大門之外, 北面稽首再拜而不受, 曰, '今而後知君之犬馬畜伋.' 蓋自是臺無餽也. 悅賢不能擧, 又不能養也, 可謂悅賢乎?" 曰, "敢問國君欲養君子, 如何斯可謂養矣?" 曰, "以君命將之, 再拜稽首而受. 其後廩人繼粟, 庖人繼肉, 不以君命將之. 子思以爲鼎肉使己僕僕爾亟拜也, 非養君子之道也. 堯之於舜也, 使其子九男事之, 二女女焉, 百官牛羊倉廩備, 以養舜於畎畝之中, 後擧而加諸上位, 故曰, 王公之尊賢者也."

왈, "목공지어자사야, 기문, 기궤정육. 자사불열. 어졸야, 표사자출저대문지외, 북면계수재배이불수, 왈, '금이후지군지견마축급.' 개자시대무궤야. 열현불능거, 우불능양야, 가위열현호?" 왈, "감문국군욕양군자, 여하사가위양의?" 왈, "이군명장지, 재배계수이수. 기후늠인계속, 포인계육, 불이군명장지. 자사이위정육사기복복이기배야, 비양군자지도야. 요지어순야, 사기자구남사지, 이녀녀언, 백관우양창름비, 이양순어견묘지중, 후학이가제상위, 고왈, 왕공지존현자야."

맹자의 대답이 이어졌다. "노나라의 목공이 자주 안부를 묻고, 자주 삶은 고기를 선물했는데 자사는 기뻐하지 않았다. 마침내 손짓을 해서 심부름 온 사람을 대문 밖으로 내보내고, 궁궐을 향해 머리를 조아려 두 번 절하더니 물건을 받지 않고 '이제야 임금이 나를 개나 말처럼 기른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말했다. 그 다음부터는 대를 시켜 음식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현인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등용하지도 않고, 또 양식을 제대로 주지도 않는다면 현인을 진정으로 좋아한다고 할 수 있겠느냐?" 그러자 만장이 또 묻는다. "외람되지만, 임금이 군자에게 양식을 도와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이에 맹자가 대답했다. "선물을 임금의 이름으로 처음 보내면 궁궐을 향해 머리를 조아려 두 번 절하고 받지만, 그 뒤로 계속해서 늠인이 곡식을 보내고 포인이 고기를 보내되 임금의 이름으로 보내지는 않는 것이다. 자사는 임금이 삶은 고기를 보내면 번거롭고 귀찮게 자주 절이나 하게 만드니 군자에게 제대로 양식을 도와주는 예의가 아니라고 여긴 것이다. 요임금은 9명의 아들에게 순을 섬기게 하고, 2명의 딸을 시집 보내고, 백관과 소와 양과 창고를 마련해서 순이 사는 시골에서 순을 보좌하게 하고나서 그를 등용하여 임금의 자리를 내주었다. 따라서 이를 가르켜 위사람이 현인을 존중하는 도리라고 한 것이다."    

* 자사(子思): 본명은 공급(孔)이며, 공자의 손자이자 제자이다.

** 대(臺): 관리로서 등급이 가장 낮은 심부름꾼을 이른다.

*** 늠인(廩人): 곡물창고 관리인을 말한다.

**** 포인(庖人): 푸줏간 관리인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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