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향기/맹자

10. 만장 하(萬章·下) 1-3

어산(於山) 2018. 11. 26. 08:25


1.

孟子曰, "伯夷, 目不視惡色, 耳不聽惡聲. 非其君, 不事, 非其民, 不使. 治則進, 亂則退. 橫政之所出, 橫民之所止, 不忍居也. 思與鄕人處, 如以朝衣朝冠坐於塗炭也. 當紂之時, 居北海之濱, 以待天下之淸也. 故聞伯夷之風者, 頑夫廉, 懦夫有立志. "伊尹曰, '何事非君? 何使非民?' 治亦進, 亂亦進.

맹자왈, "백이, 목불시악색, 이불청악성. 비기군, 불사, 비기민, 불사. 치즉진, 난즉퇴. 횡정지소출, 횡민지소지, 불인거야. 사여향인처, 여이조의조관좌어도탄야. 당주지시, 거북해지빈, 이대천하지청야. 고문백이지풍자, 완부렴, 나부유립지. "이윤왈, '하사비군? 하사비민?' 치역진, 난역진.

맹자의 말이다. "백이는 눈으로는 나쁜 색을 보지 말고, 귀로는 나쁜 소리를 듣지 않았다. 임금이 바르지 않으면 섬기지 않고, 백성이 따르지 않으면 부리지 않았다. 세상에 질서가 있으면 벼슬에 나아가고, 혼란스러우면 물러났다. 횡포한 정치를 하는 곳이나 횡포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살지 않았다. 어려운 시골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을 관복차림으로 생활이 몹씨 곤궁하고 고통스러운 지경에 빠진 것처럼 여겼다. 주나라 시절에는 북해쪽에 살면서 세상이 다시 맑아지기를 기다렸다. 그러므로 백이의 기풍에 대해 듣게 되면 탐욕스런 사람도 청렴해지고, 나약한 사람도 지조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윤은 '누구를 섬긴들 임금이 아니며, 누구를 부린들 백성이 아닌가?'라고 말하며, 세상에 질서가 있으면 벼슬에 나아가고, 혼란스러워도 역시 벼슬에 나아갔다.          


曰, '天之生斯民也, 使先知覺後知, 使先覺覺後覺. 予, 天民之先覺者也. 予將以此道覺此民也.’ 思天下之民匹夫匹婦有不與被堯舜之澤者, 若己推而納之溝中其自任以天下之重也. 柳下惠不羞汙君, 不辭小官. 進不隱賢, 必以其道. 遺佚而不怨, 阨窮而不憫. 與鄕人處, 由由然不忍去也. '爾爲爾, 我爲我, 雖袒裼裸裎於我側, 爾焉能浼我哉?' 故聞柳下惠之風者, 鄙夫寬, 薄夫敦.

왈, '천지생사민야, 사선지각후지, 사선각각후각. 여, 천민지선각자야. 여장이차도각차민야.' 사천하지민필부필부유불여피요순지택자, 약기추이납지구중기자임이천하지중야. 유하혜불수오군, 불사소관. 진불은현, 필이기도. 유일이불원, 액궁이불민. 여향인처, 유유연불인거야. '이위이, 아위아, 수단석라정어아측, 이언능면아재?' 고문유하혜지풍자, 비부관, 박부돈.

또 말하기를, '하늘이 사람들을 세상에 살게 하면서 먼저 안 사람이 나중에 알 사람을 깨우치도록 하고, 먼저 깨달은 사람이 나중에 깨달은 사람을 깨우치도록 했다. 나는 하늘이 세상에 살게 한 이들 중에서 먼저 깨달은 사람이니 앞으로 이 도를 가지고 사람들을 깨우치도록 하겠다. 세상의 백성들 가운데 서민이라도 요순의 은혜를 입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기를 마치 자기가 그들을 구렁텅이에 밀어넣은 것처럼 여겼다. 이는 그가 천하의 중책을 자기의 임무로 떠맡은 것이다. 유하혜는 바르지 않은 임금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작은 벼슬이라도 사양하지 않았다. 벼슬에나아가서는 자신의 현명함을 숨기지 않고, 반드시 해야 할 도리를 실천했다. 버림을 받아도 원망하지 않고, 곤궁해도 근심하지 않았다. 무지한 시골 사람들과 살면서도 너그럽게 대하고 떠나지 못했다. '너는 너, 나는 나다. 네가 내 곁에서 발가벗고 있어도 어찌 나를 더럽힐 수 있겠느냐?' 그러므로 유하혜의 기풍에 대해 들으면 그의 영향을 받아 비루한 사람도 너그러워지고, 천박한 사람도 인심이 후덕해진다.     


孔子之去齊, 接淅而行, 去魯, 曰, '遲遲吾行也.' 去父母國之道也. 以速則速, 可以久則久, 可以處則處, 可以仕則仕, 孔子也." 孟子曰, "伯夷, 聖之淸者也, 伊尹, 聖之任者也, 柳下惠, 聖之和者也, 孔子, 聖之時者也. 孔子之謂集大成. 集大成也者, 金聲而玉振之也. 金聲也者, 始條理也, 玉振之也者, 終條理也. 始條理者, 智之事也, 終條理者, 聖之事也. 智, 譬則巧也, 聖, 譬則力也. 猶射於百步之外也, 其至, 爾力也, 其中, 非爾力也."

공자지거제, 접석이행, 거로, 왈, '지지오행야.' 거부모국지도야. 가이속즉속, 가이구즉구, 가이처즉처, 가이사즉사, 공자야." 맹자왈, "백이, 성지청자야, 이윤, 성지임자야, 유하혜, 성지화자야, 공자, 성지시자야. 공자지취집대성. 집대성야자, 금성이옥진지야. 금성야자, 시조리야, 옥진지야자, 종조리야. 시조리자, 지지사야, 종조리자, 성지사야. 지, 비즉교야, 성, 비즉력야. 유사어백보지외야, 기지, 이력야, 기중, 비이력야."

공자가 제나라를 떠나면서는 밥을 지으려고 일어 놓은 쌀을 다시 거두어 챙겨갈 정도로 서둘렀지만, 노나라를 떠날 때에는 '내 발걸음이 무겁구나.'라고 했으니, 이것이 곧 자기 나라를 떠나는 도리라고 할 것이다. 빨리 떠날 만하면 빨리 떠나고, 오래 머물 만하면 오래 머물고, 은둔해야 하면 은둔하고, 벼슬할 수 있으면 벼슬하는 사람이 바로 공자였다. 맹자가 말했다. "백이는 성인으로 맑은 사람이고, 이윤은 성인으로 책임감이 뛰어난 사람이고, 유하혜는 성인으로 조화를 추구한 사람이지만 공자는 때에 맞게 맑음과 책임감과 조화를 꾀한 사람이었다. 공자를 가르켜 집대성이라고 부른다. 집대성이란 쇠로 만든 편종을 쳐서 음악을 시작하고, 옥으로 만든 특경을 쳐서 음악을 마치는 것과 같다. 음악을 시작하는 것은 지혜로운 사람의 일이고, 음악을 마치는 것은 성인의 일이다. 비유하면 지혜는 기교이며, 성은 힘이다. 100 걸음 떨어진 곳에서 활을 쏘는 것과 같은데, 과녁에 도달하는 것은 힘이고, 과녁에 적중하게 하는 것은 힘이 아니라 기교이다." 


2.

北宮錡問曰, "周室班爵祿也, 如之何?" 孟子曰, "其詳不可得而聞也, 諸侯惡其害己也, 而皆去其籍, 然而軻也嘗聞其略也. 天子一位, 公一位, 侯一位, 伯一位, 子男同一位, 凡五等也. 君一位, 卿一位, 大夫一位, 上士一位, 中士一位, 下士一位, 凡六等. 天子之制, 地方千里, 公侯皆方百里, 伯七十里, 子男五十里, 凡四等. 不能五十里, 不達於天子, 附於諸侯, 曰附庸. 天子之卿受地視侯, 大夫受地視伯, 元士受地視子男.

북궁의문왈, "주실반작록야, 여지하?" 맹자왈, "기상불가득이문야, 제후오기해기야, 이개거기적, 연이가야상문기략야. 천자일위, 공일위, 후일위, 백일위, 자남동일위, 범오등야. 군일위, 경일위, 대부일위, 상사일위, 중사일위, 하사일위, 범육등. 천자지제, 지방천리, 공후개방백리, 백칠십리, 자남오십리, 범사등. 불능오십리, 부달어천자, 부어제후, 왈부용. 천자지경수지시후, 대부수지시백, 원사수지시자남.

북궁의가 물었다. "주나라 왕실에서 관작과 녹봉의 서열은 어떻게 했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자세한 내용은 들은 바가 없는데, 제후들이 자기에게 해로운 것을 꺼려하여 서적을 모두 없애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전에 대략 전해 들은 바가 있습니다. 천하에는 천자, 공, 후, 백, 자, 남의 5등급이 있고, 제후국에는 군, 경, 대부, 상사, 중사, 하사의 전체 6등급이 있습니다. 천자가 갖는 땅은 사방 1,000리, 공과 후의 봉지는 사방 100리, 백은 사방 70리, 자와 남은 사방 50리로 모두 4등급이었습니다. 사방 50리에 못 미치면 제후국이 될 수 없고 다른 제후국에 속하게 되어, 이를 부용국이라고 불렀습니다. 천자의 경은 땅을 받을 때에는 후에 준하고, 대부는 백, 원사는 자나 남에 준했습니다.  

* 북궁의(北宮錡): 위(衛)나라 사람이다.

** 가(軻): 맹자의 이름이다.


大國地方百里, 君十卿祿, 卿祿四大夫, 大夫倍上士, 上士倍中士, 中士倍下士, 下士與庶人在官者同祿, 祿足以代其耕也. 次國地方七十里, 君十卿祿, 卿祿三大夫, 大夫倍上士, 上士倍中士, 中士倍下士, 下士與庶人在官者同祿, 祿足以代其耕也. 小國地方五十里, 君十卿祿, 卿祿二大夫, 大夫倍上士, 上士倍中士, 中士倍下士, 下士與庶人在官者同祿, 祿足以代其耕也. 耕者之所獲, 一夫百畝, 百畝之糞, 上農夫食九人, 上次食八人, 中食七人, 中次食六人, 下食五人. 庶人在官者, 其祿以是爲差."

대국지방백리, 군십경록, 경록사대부, 대부배상사, 상사배중사, 중사배하사, 하사여서인재관자동록, 록족이대기경야. 차국지방칠십리, 군십경록, 경록삼대부, 대부배상사, 상사배중사, 중사배하사, 하사여서인재관자동록, 록족이대기경야. 소국지방오십리, 군십경록, 경록이대부, 대부배상사, 상사배중사, 중사배하사, 하사여서인재관자동록, 록족이대기경야. 경자지소획, 일부백묘, 백묘지분, 상농부식구인, 상차식팔인, 중식칠인, 중차식육인, 하식오인. 서인재관자, 기록이족위차."

공이나 후가 다스리는 큰 제후국은 땅이 사방 100리로, 군주의 녹은 경의 10배, 경은 대부의 4배, 대부는 상사의 배, 상사는 중사의 배, 중사는 하사의 배, 하사와 서인으로 관직에 있는 사람은 녹이 같았는데, 녹이 농사로 버는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큰 제후국인 백이 다스리는 나라는 땅이 사방 70리로, 군주의 녹은 경의 10배, 경은 대부의 3배, 대부는 상사의 배, 상사는 중사의 배, 중사는 하사의 배, 하사와 서인으로 관직에 있는 사람은 녹이 같았는데, 녹이 농사로 버는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자나 남이 다스리던 작은 제후국은 땅이 사방 50리로, 군주의 녹은 경의 10배, 경은 대부의 2배, 대부는 상사의 배, 상사는 중사의 배, 중사는 하사의 배, 하사와 서인으로 관직에 있는 사람은 녹이 같았는데, 녹이 농사로 버는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농민의 소득은 가장이 100묘의 땅을 받는데, 이 밭을 일구어 농사가 잘되면 9 식구가 먹고 살고, 그 다음으로 잘 되면 8 식구가 먹고 살고, 그 다음으로는 6 식구가, 수확이 적은 농부는 5 식구가 먹고 살았습니다. 서인으로 관직에 있는 사람의 녹은 이와 같은 농부의 소득을 기준으로 차등을 두었습니다."     


3.

萬章問曰, "敢問友." 孟子曰, "不挾長, 不挾貴, 不挾兄弟而友. 友也者, 友其德也, 不可以有挾也. 孟獻子, 百乘之家也, 有友五人焉, 樂正裘, 牧仲, 其三人, 則予忘之矣. 獻子之與此五人者友也, 無獻子之家者也. 此五人者, 亦有獻子之家, 則不與之友矣. 非惟百乘之家爲然也, 雖小國之君亦有之. 費惠公曰, '吾於子思, 則師之矣, 吾於顔般, 則友之矣, 王順長息則事我者也.'

만장문왈, "감문우." 맹자왈, "불협장, 불협귀, 불협형제이우. 우야자, 위기덕야, 불가이유협야. 맹헌자, 백승지가야, 유우오인언, 악정구, 목중, 기삼인, 즉여망지의. 헌자지여차오인자우야, 무헌자지가자야. 차오인자, 역유헌자지가, 즉불여지우의. 비유백승지가위연야, 수소국지군역유지. 비혜공왈, '오어자사, 즉사지의, 오어안반, 즉우지의, 왕순장식즉사아자야.'

만장이 '벗과 사귀는 도리'에 대해 묻자, 맹자가 대답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고, 신분이 귀하고 천함을 따지지 않으며, 권세있는 형제가 있고 없음을 따지지 않고 사귀어야 한다. 벗을 사귀는 것은 그 사람의 덕을 보고 사귀는 것이므로 그 밖에 무엇도 따져서는 안 된다. 맹헌자는 백승의 집안 출신으로 벗이 5명이 있었는데, 악정구와 목중 그리고 다른 3명은 이름을 잊었다. 맹헌자가 이 5명과 사귄 것은 자기 집안을 의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이들도 맹헌자의 신분을 의식했다면 사귀지 않았을 것이다. 백승의 집안에서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다. 비록 작은 나라의 군주도 그렇게 한 사람이 있었다. 비읍의 혜공은 '나는 자사를 스승으로 존경하고, 안반을 벗으로 사귀고, 나를 섬기는 사람으로 왕순과 장식이 있다.'라고 말했다.

* 맹헌자(孟獻子): 노(魯)나라의 대부로 본명은 맹중손멸(孟仲孫蔑)이고 시호가 헌(獻)이다.   


非惟小國之君爲然也, 雖大國之君亦有之. 晉平公之於亥唐也, 入云則入, 坐云則坐, 食云則食, 雖蔬食菜羹, 未嘗不飽, 蓋不敢不飽也. 然終於此而已矣. 弗與共天位也, 弗與治天職也, 弗與食天祿也, 士之尊賢者也, 非王公之尊賢也. 舜尙見帝, 帝館甥于貳室, 亦饗舜, 迭爲賓主, 是天子而友匹夫也. 用下敬上, 謂之貴貴, 用上敬下, 謂之尊賢. 貴貴尊賢, 其義一也."

비유소국지군위연야, 수대국지군역유지. 진평공지어해당야, 입운즉입, 좌운즉좌, 식운즉식, 수소사채갱, 미상불포, 개불감불포야. 연종어차이이의. 불여공천위야, 불여차천직야, 불여식천록야, 사지존현자야, 비왕공지존현야. 순상견제, 제관생우이실, 역향순, 질위빈주, 시천자이우필부야. 용하경상, 위지귀귀, 용상경하, 위지존현. 귀귀존현, 기의일야."

비단 작은 나라의 군주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큰 나라의 군주도 역시 그렇게 했다. 진나라의 평공은 해당을 대할 때에 그가 들어 오라고 하면 들어가고, 앉으라면 앉고, 먹으라면 먹고, 비록 거친 밥과 채소로 끓인 국이지만 배불리 먹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송구스러워 감히 포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거기가 끝이었다. 하늘이 내린 지위를 함께 나누지도 않고, 하늘이 내린 직분으로 함께 다스리지도 않고, 하늘이 내린 녹봉을 함께 나누어 먹지도 않았다. 이는  선비로서 현인을 대우한 것이지 왕으로서 현인을 대우한 것은 아니었다. 순이 요임금의 두 딸에게 장가들어 찾아가니 요임금은 사위 순에게 별궁에서 머물게 하고, 순과 음식을 같이 하니 때로 손님이 되기도 하고, 때로 주인이 되기도 했다. 이는 요임금이 임금이면서 동시에 순과 같은 보통 사람을 벗으로 사귄 것이다. 아랫사람으로서 윗사람을 존중하는 것을 가리켜 귀한 사람을 귀하게 대한다는 뜻으로 '귀귀'라고 부르고, 위사람으로서 아랫사람을 존중하는 것을 가리켜 현인을 존경한다는 뜻으로 '존현'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귀귀와 존현은 그 의미가 한가지로 다르지 않다."    

* 해당(亥唐): 진(晉)나라의 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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