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노트/CEO의 경영노트

바둑을 두는 사람보다 곁에서 훈수두는 사람이 수를 더 잘 본다.

어산(於山) 2018. 8. 30. 15:46

바둑을 두는 사람보다 곁에서 훈수두는 사람이 수를 더 잘 본다는 뜻의 당국자미(當局者迷)라는 곳성어가 있다. 즉 어떤 일을 직접 담당하는 사람보다 옆에서 보는 사람이 사리 판단에 더 정확할 수 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로널드 헤이페츠(Ronald Heifetz)가 쓴 같은 비유 중에도 ‘댄스플로어와 발코니 이론’이 있다. “커다란 연회장에서 춤을 추는 사람은 전체를 보지 못하므로 전체를 보기 위해서는 발코니로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춤을 추려면 플로어에 있어야 한다. 즉 각각의 이점을 살리려면 댄스플로어와 발코니에 모두 가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영현장에서는 리더는 때때로 춤을 추고 있는 당사자이며,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며,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향이 있으므로 발코니에는 다른 사람을 올려 보내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기업은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훈수를 두거나, 발코니에 올라가 전체를 보고 경영진과 주주에게 상황과 대책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도록 내부감사제도를 운영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내부감사는 업무수행 중에 발생한 오류와 부정행위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이 처한 현실을 너무 잘 알고 있으므로 상황적 한계를 예단하기 쉽기 때문에 전략적 제안을 도출하기 어렵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업무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수단으로 ‘동료평가’(Peer

Review)와 외부 컨설팅을 활용할 수 있다. 동료평가는 다른 지역 또는 계열사의 직원들 가운데 동일한 직무를 담당하는 책임자를 검사 인력으로 투입하는 방법으로 비용효율적이며, 특히 전문성이 강조되는 분야에 효과적이다. 외부 컨설팅은 외부 전문가 집단에게 진단과 함께 개선방안에 대한 제안을 의뢰하는 방법으로 객관적인 평가와 넓은 시야가 장점인 반면 기업 및 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으며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실정에 맞는 방법을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내게 맞는 옷이 가장 좋은 옷이다.



[주] *로널드 하이페츠 지음, 김충선·이동욱 옮김, 하버드케네디스쿨의 리더십수업, 더난출판사,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