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향기/손자병법

제4편 군형(軍形)

어산(於山) 2018. 12. 27. 15:23


4. 군형(軍形)


孫子曰, 昔之善戰者, 先爲不可勝, 以待敵之可勝, 不可勝在己, 可勝在敵. 故善戰者, 能爲不可勝, 不能使之, 敵必可勝. 故曰, 勝可知而, 不可爲.

손자왈, 석지선전자, 선위불가승, 이대적지가승, 불가승재기, 가승재적. 고선전자, 능위불가승, 불능사지, 적필가승. 고왈, 승가지이, 불가위.

손자의 말이다. 옛날에 전쟁을 잘하던 장수는 미리 적이 아군을 이기지 못하도록 해 놓은 다음 아군이 적에게 승리할 수 있는 때를 기다렸다. 이기지 못하는 것은 내가 하기 나름이지만, 이기는 것은 적에게 달려 있다. 그러므로 전쟁을 잘하는 장수라고 할지라도 적이 아군을 이기지 못하도록 할 수는 있지만, 아군이 승리할 수 있도록 적을 어떻게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있지만, 그렇게 만들 수는 없다.  


不可勝者守也, 可勝者攻也. 守卽不足, 攻卽有餘. 善守者, 藏於九地之下, 善攻者, 動於九天之上. 故能自保而全勝也.

불가승자수야, 가승자공야. 수즉부족, 공즉유여. 선수자, 장어구지지하, 선공자, 동어구천지상. 고능자보이전승야.

수비로는 이길 수 없고, 공격해야 이길 수 있다. 수비는 아군의 전력이 열세일 때 하는 것이고, 공격은 전력이 우세일때 하는 것이다. 수비를 잘하는 장수는 9가지 지형 조건인 '구지'를 활용하여 숨고, 공격을 잘하는 장수는 9가지 기상 조건인 '구천'을 활용하여 움직인다. 이와 같이 하면 아군을 보호하고 언제나 승리할 수 있다.

* 구지(九地)에 대해서는 제11편 구지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見勝不過衆人之所知, 非善知善者也. 戰勝而天下曰善, 非善之善者也. 故擧秋毫不爲多力, 見日月不爲明目, 聞雷霆不爲聰耳.

견승불과중인지소지, 비선지선자야. 전승이천하왈선, 비선지선자야. 고거추호불위다력, 견일월불위명목, 문뇌정불위총이.

승리를 해도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하지 않다면 최선이라고 할 수 없다. 사람들은 전쟁에 승리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그것이 최선은 최선이라고 할 수 없다. 가을에 새로 난 솜털처럼 가벼운 것을 들기 위해 굳이 많은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고, 천둥과 벼락 소리를 듣기 위해 굳이 밝은 귀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古之所謂, 善戰者勝, 勝于易勝者也. 故善戰者之勝也, 無智名, 無勇功. 故其戰勝不忒, 不忒者, 其所措必勝, 勝已敗者也. 故善戰者, 立於不敗之地, 而不失敵之敗也. 是故勝兵先勝以後求戰, 敗兵先戰以後求勝. 善用兵者, 修道而保法. 故能爲勝敗之政.

고지소위, 선전자승, 승우이승자야. 고선전자지승야, 무지명, 무용공. 고기전승불특, 불특자, 기소조필승, 승이패자야. 고선전자, 입어불패지지, 이부실적지패야. 시고승병선승이후구전, 패병선전이후구승. 선용병자, 수도이보법. 고능위승패지정.

옛날에 전쟁을 잘하는 장수가 승리한다는 것은 쉽게 이길 수 있는 것을 이기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전쟁을 잘하는 장수는 승리해도 지혜가 출중하다는 명성도 용감한 공도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는데, 그것은 이미 조치해 둔 것이 있어서 반드시 이길 수 밖에 없는 것이며 이미 패한 적에게 승리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이 전쟁을 잘하는 장수는 패하지 않을 지형을 선택해서 자리를 잡고, 적의 실수를 놓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전쟁에 승리하는 것은 먼저 이길 수 있도록 조치를 한 후에 싸우기 때문이고, 전쟁에 패배하는 것은 먼저 싸움부터 시작한 후에 이기려고 하기 때문이다. 전쟁을 잘하는 장수는 스스로 도를 닦고 병법을 지킨다. 그래야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군대의 운영을 잘 할 수 있다.  


兵法, 一曰度, 二曰量, 三曰數, 四曰稱, 五曰勝. 地生度, 度生量, 量生數, 數生稱, 稱生勝. 故勝兵若以鎰稱銖, 敗兵若以銖稱鎰. 勝者之戰, 若決積水於千仞之谿者形也.

병법, 일왈도, 이왈량, 삼왈수, 사왈칭, 오왈승. 지생도, 도생량, 양생수, 수생칭, 칭생승. 고승병약이일칭수, 패병약이수칭일. 승자지전, 약결적수어천인지계자형야.

병법의 요체는 첫째 국가와 군대의 여러 가지 제도, 둘째 동원 가능한 보급품의 양, 셋째 군사의 수, 넷째 적군과 아군의 전력비교, 다섯째 승패이다. 그런데 나라마다 국가와 군대의 제도가 다르고, 그러한 제도에 따라 동원 가능한 보급품의 양이 정해지고, 그러한 보급품의 수준에 따라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헤아릴 수 있으니, 그러한 경우의 수에 따라 적군과 아군의 전력을 가늠해보면 전쟁의 승패를 알 수 있다. 무릇 이기는 군대는 아무리 가벼운 것도 무겁게 검토하고, 지는 군대는 아무리 무거운 것도 가볍게 다룬다. 승리하는 장수의 전쟁은 마치 깊이가 1,000길이나 되는 저수지의 둑을 무너뜨려 버리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 일(鎰): 무게의 단위로 약 750g.

** 수(銖): 무게의 단위로 약 1.5g.


'고전의 향기 > 손자병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6편 허실(虛實)  (0) 2018.12.28
제5편 병세(兵勢)  (0) 2018.12.28
제3편 모공(謨攻)  (0) 2018.12.25
제2편 작전(作戰)  (0) 2018.12.25
제1편 시계(始計)  (0) 2018.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