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향기/맹자

1. 양혜왕 상(梁惠王·上) 1-3

어산(於山) 2018. 10. 7. 19:36

1.

孟子見梁惠王. 王曰, "叟! 不遠千里而來, 亦將有以利吾國乎?" 孟子對曰, "王! 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矣. 王曰, '何以利吾國?' 大夫曰, '何以利吾家?' 士庶人曰, '何以利吾身?' 上下交征利而國危矣. 萬乘之國, 弑其君者, 必千乘之家, 千乘之國, 弑其君者, 必百乘之家. 萬取千焉, 千取百焉, 不爲不多矣. 苟爲後義而先利, 不奪不饜. 未有仁而遺其親者也, 未有義而後其君者也. 王亦曰仁義而已矣, 何必曰利?"

맹자견양혜왕. 왕왈, "수! 불원천리이래, 역장유이리오국호?" 맹자대왈, "왕! 하필왈리? 역유인의이이의." 왕왈, '하이리오국?' 대부왈, '하이리오가?' 사서인왈, '하이리오신?' 상하교정리이국위의. 만승지국, 시기군자, 필천승지가, 천승지국, 시기군자, 필백승지가. 만취천언, 천취백언, 불위불다의. 구위후의이선리, 불탈불염. 미유인이유기친자야, 미유의이후기군자야. 왕역왈인의이이의, 하필왈리?"

양혜왕이 맹자를 만나 말했다. "어른께서 천리길을 마다하지 않고 오셨는데, 장차 우리나라에 이롭게 할 일이 있겠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왕께서는 어찌 이로움에 대해 말을 하십니까? 오직 인과 의가 있을 뿐입니다. 왕이 '어떻게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까?'를 말하면, 대부는 '어떻게 우리 집안을 이롭게 할까?'를 말하고, 선비와 백성들은 '어떻게 나 자신을 이롭게 할까?'를 말할 것이므로, 위나 아래가 모두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고 한다면 나라는 위태롭게 될 것입니다. 천자의 나라에서 임금을 시해하는 자는 반드시 제후의 가문이고, 제후의 나라에서 임금을 시해하는 자는 반드시 대부의 가문입니다. 큰 것이 작은 것을 취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만약 누구나 의보다 이익을 앞세우면 빼앗지 않고서는 만족할 수 없게 됩니다. 인하면서 부모를 버리는 자는 없으며, 의로우면서 임금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도 없습니다. 왕께서는 인과 의를 내세우면 그만입니다. 왜 이로움을 말합니까?"  

* 양혜왕(梁惠王): 위(魏)나라 제후이다. 이 내용은 양혜왕이 기원전 336년에 맹자를 초빙해 나눈 대화이다.

 

2.

孟子見梁惠王. 王立於沼上, 顧鴻鴈麋鹿, 曰, "賢者亦樂此乎?" 孟子對曰, "賢者而後樂此, 不賢者雖有此, 不樂也. 詩云, '經始靈臺, 經之營之, 庶民攻之, 不日成之. 經始勿亟, 庶民子來. 王在靈囿, 麀鹿攸伏, 麀鹿濯濯, 白鳥鶴鶴. 王在靈沼, 於牣魚躍.' 文王以民力爲臺爲沼, 而民歡樂之, 謂其臺曰靈臺, 謂其沼曰靈沼, 樂其有糜鹿魚鼈. 古之人與民偕樂, 故能樂也. 湯誓曰, ‘時日害喪, 予及女偕亡.’ 民欲與之偕亡, 雖有臺池鳥獸, 豈能獨樂哉?"

맹자견양혜왕. 왕립어소상, 고홍안미록, 왈, "현자역락차호?" 맹자대왈, "현자이후락차, 불현자수유차, 불락야. 시운, '경시령대, 경지영지, 서민공지, 불일성지. 경시물극, 서민자래. 왕재령유, 우록유복, 우록탁탁, 백조학학. 왕재령소, 어인어약.' 문왕이민력위대위소, 이민환락지, 위기대왈령대, 위기소왈령소, 락기유미록어별. 고지인여민해락, 고능락야. 탕서왈, '시일해상, 여급녀해망.' 민욕여지해망, 수유대지조수, 개능독락재?"

맹자가 양혜왕을 만났더니 왕이 연못가에 서서 기러기와 사슴을 보고 말했다. "어진 사람들도 이런 것을 즐기십니까?" 맹자의 대답이다. "어진 사람들이야말로 이런 것을 보고 즐길 수 있지만 어질지 않은 사람들은 비록 이런 것이 있어도 즐기지 못합니다. <시경>은 말합니다. '처음에 영대를 생각하고 설계하고 축조하니 서민들이 일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완성할 수 있었다. 처음 만들 때 서두르지 말라고 했지만 서민들이 아들처럼 달려와서 일을 했다. 왕이 동물을 키우던 정원을 거닐자 사슴들이 엎드렸다. 사슴들은 살이 찌고, 백조는 빛이 났다. 왕이 연못에 다가가자 물고기들이 뛰어 올랐다.' 문왕이 백성의 힘으로 대를 세우고 연못을 만들어 백성들이 기쁘게 여겼는데, 그 대를 영대라고 하고, 그 연못을 영소라고 불렀으며 거기에 사슴과 물고기, 자라가 사는 것을 보고 즐겼습니다. 옛날에는 백성과 함께 즐겼으므로 진정한 즐거움이었습니다. <탕서>에 이릅니다. '이 해가 언제 사라질까? 너와 내가 같이 죽자.' 백성들이 폭군과 같이 죽고 싶다면, 비록 대와 연못과 짐승이 있어도 혼자서 어떻게 즐거울 수 있겠습니까?"        

 

3.

梁惠王曰, "寡人之於國也. 盡心焉耳矣. 河內凶, 則移其民於河東, 移其粟於河內. 河東凶亦然. 察鄰國之政, 無如寡人之用心者. 鄰國之民不加少, 寡人之民不加多, 何也?" 孟子對曰, "王好戰, 請以戰喩. 塡然鼓之, 兵刃旣接, 棄甲曳兵而走. 或百步而後止, 或五十步而後止, 以五十步笑百步, 則何如?" 曰, "不可, 直不百步耳, 是亦走也." 曰, "王如知此, 則無望民之多於鄰國也. 不違農時, 穀不可勝食也, 數罟不入洿池, 漁鼈不可勝食也, 斧斤以時入山林, 材木不可勝用也. 穀與漁鼈不可勝食, 材木不可勝用, 是使民養生喪死無憾也. 養生喪死無憾, 王道之始也. 五畝之宅, 樹之以桑, 五十者可以衣帛矣. 雞豚狗彘之畜, 無失其時, 七十者可以食肉矣. 百畝之田, 勿奪其時, 數口之家可以無飢矣. 謹庠序之敎, 申之以孝悌之義, 頒白者不負戴於道路矣. 七十者衣帛食肉, 黎民不飢不寒, 然而不王者, 未之有也. 狗彘食人食而不知檢, 塗有餓莩而不知發, 人死則曰, ‘非我也, 勢也.’ 是何異於刺人而殺之, 曰, ‘非我也, 兵也.’ 王無罪歲, 斯天下之民至焉."

양혜왕왈, "과인지어국야. 진심언이의. 하내흉, 즉이기민어하동, 이기속어하내. 하동흉역연. 찰린국지정, 무여과인지용심자. 인국지민불가소, 과인지민불가다, 하야?" 맹자대왈, 왕호전, 청이전유. 전연고지, 병인기접, 기갑예병이주. 혹백보이후지, 혹오십보이후지, 이오십보소백보, 즉하여?" 왈, "불가, 직불백보이, 시역주야." 왈, "왕여지차, 즉무망민지다어린국야. 불위농시, 곡불가승식야, 촉고불입오지, 어별불가승식야, 부근이시입산림, 재목불가승용야. 곡여어별불가승식, 재목불가승용, 시사민양생상사무감야. 양생상사무감, 왕도지시야. 오묘지택, 수지이상, 오십자가이의백의. 계돈구체지휵, 무실기시, 칠십자가이식육의. 백묘지전, 물탈기시, 수구지가가이무기의. 근상서지교, 신지이효제지의, 반백자불부대어도로의. 칠십자의백식육, 여민불기불한, 연이불왕자, 미지유야. 구체식인식이부지검, 도유아표이부지발, 인사칙왈, '비아야, 세야.' 시하이어자인이살지, 왈, '비아야, 병야.' 왕무죄세, 사천하지민지언."

양혜왕이 말했다. "나는 나라에 온 마음을 쏟고 있습니다. 하내 지역에 흉년이 들면 그 곳의 백성들을 하동 지역으로 이주시키고, 하동의 곡식을 하내로 옮기고, 반대로 하동에 흉년이 들어도 역시 그렇게 합니다. 다른 나라의 정치를 관찰해 보면 나만큼 마음을 쓰지 않던데, 그 나라의 백성 수가 줄지도 않고 우리 나라의 백성 수가 늘지도 않습니다. 왜 그런가요?" 맹자가 대답했다. "왕께서 전쟁을 좋아하니 전쟁에 비유하겠습니다. 진군을 명령하는 북이 울리고 적과 마주했는데, 어떤 병사는 갑옷과 무기를 버리고 달아나 100보를 가서 멈추고, 어떤 병사는 50보를 가서 멈춰 섰습니다. 이제 50보를 달아난 병사가 100보를 달아난 병사를 비웃는다면 어떻겠습니까?" 왕이 말했다. "그럴 수 없습니다. 단지 100보가 아닐뿐 달아난 것은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자 맹자가 말했다. "왕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다른 나라보다 백성 수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하지 마십시요. 농사철을 어기지 않고 농사를 지으면 곡식을 채 다 먹지 못하고, 너무 촘촘한 그물만 쓰지 않으면 물고기와 자라를 채 다 먹지 못하고, 벌목금지 기간만 지키면 숲의 재목을 채 다 쓰지 못할 것입니다. 곡식과 물고기와 자라가 남아돌고, 재목이 남아돌면 백성들이 산 사람을 봉양하고, 죽은 사람을 장사 지내는데 서글퍼할 일이 없습니다. 산사람을 봉양하고, 죽은 사람을 장사 지내는데 서글퍼하지 않은 것이야말로 왕도의 시작입니다. 5묘 크기의 땅에 뽕나무를 심으면 50살이 되어 비단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닭과 돼지와 개를 기르는데 번식할 때를 놓치지 않으면 70살이 되어 고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 100묘 크기의 밭에 농사지을 때를 놓치지 않게 하면 식구가 많아도 굶지 않을 것입니다. 학교 교육을 빠짐없이 실시하여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하도록 가르친다면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짐을 이거나 지고 다니지 않을 것입니다. 70살 노인이 비단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며, 백성이 굶지 않고 추위에 떨지 않는데 왕이 행세하지 못할 수는 없습니다. 개나 돼지가 사람이 먹을 식량을 먹는데도 통제하지 않고, 길에 굶어죽는 사람이 있어도 창고를 열어 곡식을 나누지 않고, 사람이 죽으면 '내 탓이 아니라 흉년이 들어서 그렇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사람을 찔러 죽이고도 '내 탓이 아니라 칼 때문이다'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왕께서 흉년을 탓하지 않으면 세상의 백성들이 양나라로 몰려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