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클립/문화 예술

예술의 사생활: 비참과 우아

어산(於山) 2018. 9. 2. 14:40

프란시스코 고야는 굳이 비교하자면 스페인 미술계의 베토벤이라고 할 수 있다. 공화주의적 성향과 현세에서 안식을 얻지 못하는 기질, 시대를 초월한 특출난 재능, 그리고 심지어는 중년 이후 청력을 잃은 것까지 여러모로 베토벤과 유사점이 많았다. 그러나 똑같은 이상과 재능과 조건을 가지고도 스페인에서 태어난 화가는 독일에서 태어난 음악가와 전혀 다른 길을 걸으면서 전혀 다른 성향의 예술을 완성했다. 베토벤이 소리를 잃는 불행 속에서도 이상을 포기하지 않는 낙천주의자였던 반면, 고야는 여든두 살까지 천수를 누리며 대체로 궁지에 몰리지 않는 생애를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비관주의자에 가까웠다. 이런 비관주의는 삶이 밝았던 시절에는 쾌락과 냉소로, 훗날 어두운 시절에는 잔인한 공포로 묘사되었다.


예술의 사생활


[책] 예술의 사생활: 비참과 우아, 노승림 지음, 마티, 2017


[작가] 노승림이화여대 독문과 졸업, 문화정책학 박사. 저서로 <나와 당신의 베토벤>(공저), 옮긴 책으로는 <페기 구겐하임>, <음악과 권력>, <평행과 역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