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향기/맹자

12. 고자 하(告子·下) 5-8

어산(於山) 2018. 12. 2. 16:23


5.

孟子居鄒, 季任爲任處守, 以幣交, 受之而不報, 處於平陸, 儲子爲相, 以幣交, 受之而不報. 他日, 由鄒之任, 見季子, 由平陸之齊, 不見儲子. 屋廬子喜曰, "連得間矣." 問曰, "夫子之任見季子, 之齊不見儲子, 爲其爲相與?" 曰, "非也, 書曰, '享多儀, 儀不及物曰不享, 惟不役志于享.' 爲其不成享也." 屋廬子悅. 或問之. 屋廬子曰, "季子不得之鄒, 儲子得之平陸."

맹자거추, 계임위임처수, 이폐교, 수지이불보, 처어평륙, 저자위상, 이폐교, 수지이불보. 타일, 유추지임, 견계자, 유평륙지제, 불견저자. 옥려자희왈, "연득간의." 문왈, "부자지임견계자, 지제불견저자, 위기위상여?" 왈, "비야, 서왈, '향다의, 의불급물왈불향, 유불역지우향.' 위기불성향야." 옥려자열. 혹문지. 옥려자왈, "계자부득지추, 저자득지평륙."

맹자가 추나라에 머물 때 임나라 군주의 동생 계임이 형의 직무대행을 하고 있었는데, 선물을 보내 사귀기를 청했지만 맹자는 받기만 하고 답례는 하지 않았다. 평륙에 머물 때에도 재상을 하던 저자가 폐물을 보내 사귀기를 청했지만 받기만 하고 답례는 하지 않았다. 후에 추나라에서 임나라에 갔을 때는 계임을 만났지만 평륙에서 제나라에 갔을 때는 저자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 옥려자가 좋아하면서 말하기를, "한 가지 묻겠습니다. 스승께서 임나라에 가서는 계임을 만났지만, 제나라에 가서는 저자를 만나지 않은 것은 그가 재상이라서 그렇습니까?" 맹자가 말했다. "아니다. <서경>에 이르기를, '향견례는 많은 예의를 차려야 하는데, 예의가 보내는 물건에 미치지 못하면 향견례라고 할 수 없다.'라고 했는데, 왜냐하면 그는 향견례에서 중요한 예의에 온 마음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맹자의 설명을 듣고 옥려자가 기뻐하자, 어떤 사람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옥려자가 대답했다. "임나라의 계임은 추나라까지 갈 수 없었지만, 제나라 재상인 저자는 제나라 땅인 평륙으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서경> 주서(周書) 낙고편(洛誥篇)에 나온다.

** 저자(儲子): 제(齊)나라 재상이다.

*** 연(連): 옥려자(屋廬子)의 이름으로 본명은 옥려연(屋廬連)이다. 

**** 향견례(享見禮): 존경하는 분에게 예물을 보내는 예의를 말한다.

  

6.

淳于髡曰, "先名實者, 爲人也, 後名實者, 自爲也. 夫子在三卿之中, 名實未加於上下而去之, 仁者固如此乎?" 孟子曰, "居下位, 不以賢事不肖者, 伯夷也, 五就湯, 五就桀者, 伊尹也, 不惡汚君, 不辭小官者, 柳下惠也. 三者不同道, 其趨一也." 曰, "一者何也?" 曰, "仁也. 君子亦仁而已矣. 何必同?" 曰, "魯繆公之時, 公儀子爲政, 子柳子思爲臣, 魯之削也滋甚, 若是乎, 賢者之無益於國也!"

순우곤왈, "선명실자, 위인야, 우명실자, 자위야. 부자재삼경지중, 명실미가어상하이거지, 인자고여차호?" 맹자왈, "거하위, 불이현사불초자, 백이야, 오취탕, 오취걸자, 이윤야, 불오오군, 불사소관자, 유하혜야. 삼자부동도, 기추일야." 왈, "일자하야? 왈, "인야. 군자역인이이의. 하필동?" 왈, "노목공지시, 공의자위정, 자유자사위신, 노지삭야자심, 약시호, 현자지무익어국야!"

순우곤이 물었다. "명예와 공적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서이며, 명예와 공적을 나중에 생각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인데, 선생은 제나라 삼경 중 한 사람으로 아직 명예와 공적이 위로는 임금의 정치와 아래로는 백성들의 삶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떠나려 하니 인한 사람은 원래 그렇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낮은 자리에 있으면서 자신의 현명함을 발휘해 어리석은 임금을 섬기지 않은 사람은 백이이고, 은나라를 세운 탕왕도 다섯 번이나 모시고 폭군 걸왕과도 다섯 번이나 정치를 같이 한 사람은 이윤이고, 더러운 임금을 싫어하지도 않으면서 하찮은 벼슬도 사영하지 않은 사람은 유하혜입니다. 이 세 사람의 방법은 서로 달랐지만, 추구하는 바는 한 가지로 같았습니다." 순우곤이 물었다. "그 한 가지가 무엇입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인입니다. 군자라면 인하면 그만이지 굳이 방법이 같아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에 순우곤이 말했다. "노나라 목공 때 공의자가 재상을 하고, 자유와 자사가 신하가 되었지만 노나라 영토가 더 줄었는데, 현인들이 정치를 해봐야 이처럼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입니까?"          

* 순우곤(淳于髡): 익살과 달변으로 유명한 제(齊)나라의 학자이자 정치가이다.

** 공의자(公儀子): 본명은 공의휴(公儀休)이며, 노(魯)나라의 재상이자 현인이다.


曰, "虞不用百里奚而亡, 秦穆公用之而覇. 不用賢則亡, 削何可得與?" 曰, "昔者王豹處於淇, 而河西善謳, 綿駒處於高唐, 而齊右善歌, 華周, 杞梁之妻善哭其夫, 而變國俗. 有諸內必形諸外. 爲其事而無其功者, 髡未嘗覩之也. 是故無賢者也, 有則髡必識之." 曰, "孔子爲魯司寇, 不用, 從而祭, 燔肉不至, 不脫冕而行. 不知者以爲爲肉也, 其知者以爲爲無禮也. 乃孔子則欲以微罪行, 不欲爲苟去. 君子之所爲, 衆人固不識也."

왈, "우불용백리해이망, 진목공용지이패. 불용현즉망, 삭하가득여?" 왈, "석자왕표처어기, 이하서선구, 면구처어고당, 이제우선가, 화주, 기량지처선곡기부, 이변국속. 유저내필형저외. 위기사이무기공자, 곤미상도지야. 시고무현자야, 유즉곤필식지." 왈, "공자위로사구, 불용, 종이제, 번육부지, 불탈면이행. 부지자이위위육야, 기지자이위위무례야. 내공자즉욕이미죄행, 불욕위구거. 군자지소위, 중인고불식야."

맹자가 말했다. "우나라는 백리해를 등용하지 않아서 망하고, 진나라 목공은 그를 등용해 패자가 되었습니다. 현인을 등용하지 않았더라면 어찌 영토가 줄어드는 것으로 끝났겠습니까?" 이에 순우곤이 말했다. "옛날에 왕표가 기수 땅에 살아서 황하 서쪽에 사는 사람들이 노래를 잘 부르고, 면구가 고당 땅에 살아서 제나라 오른쪽에 사는 사람들도 노래를 잘했습니다. 화주와 기량이 죽자 아내들이 애절하게 통곡함으로써 나라의 풍속마저 변화시켰습니다. 안에 있는 모든 것은 반드시 표시가 납니다. 일을 해도 아무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말은 제가 아직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나라에는 현인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있다면 제가 반드시 알았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맹자가 말했다. "공자는 노나라의 사구 벼슬을 했는데, 공자의 말을 크게 듣지는 않았습니다. 제사를 지내는데 대부 자격으로 참석했지만 공자는 제사고기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면류관을 벗지도 않고 떠났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공자가 고기 때문에 떠났다고 했지만, 아는 사람들은 임금의 무례함 때문에 떠났다고 했습니다. 공자는 작은 허물을 이유로 떠났지만, 구차하게 떠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군자가 어떤 행동을 할 때 보통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 백리해(百里奚): 우(虞)나라 사람으로 자기 나라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진(秦)나라에서 국력을 크게 키웠다.

** 왕표(王豹): 위(衛)나라의 이름난 가수이다. 

*** 구가(): 노래할 구, 노래 가로 노래를 부름 또는 천자의 은덕을 칭송하는 뜻을 쓰인다. 

**** 면구(綿駒): 제(齊)나라의 이름난 가수이다.


7.

孟子曰, "五覇者, 三王之罪人也, 今之諸侯, 五覇之罪人也, 今之大夫, 今之諸侯之罪人也. 天子適諸侯曰巡狩, 諸侯朝於天子曰述職. 春省耕而補不足, 秋省斂而助不給. 入其疆, 土地闢, 田野治, 養老尊賢, 俊傑在位, 則有慶, 慶以地. 入其疆, 土地荒蕪, 遺老失賢, 掊克在位, 則有讓. 一不朝, 則貶其爵, 再不朝則削其地, 三不朝則六師移之. 是故天子討而不伐, 諸侯伐而不討. 五覇者, 摟諸侯以伐諸侯者也, 故曰, 五覇者, 三王之罪人也.

맹자왈, "오패자, 삼왕지죄인야, 금지제후, 오패지죄인야, 금지대부, 금지제후지죄인야. 천자적제후왈순수, 제후조어천자왈술직. 춘성경이보부족, 추성렴이조불급. 입기강, 토지벽, 전야치, 양노존현, 준현재위, 즉유경, 경이지. 입기강, 토지황무, 유로실현, 부극재위, 즉위양. 일불조, 즉폄기작, 재불조즉삭기지, 삼불조즉육사이지. 시고천자토이불벌, 제후벌이불토. 오패자, 루제후이벌제후자야, 고왈, 오패자, 삼왕지죄인야.

맹자의 말이다. "제후들 중 최강자인 오패는 삼왕의 죄인이고, 지금의 제후들은 오패의 죄인이고, 지금의 대부들은 지금 제후의 죄인이다. 천자가 제후를  찾아가는 것을 순수라고 하고, 제후가 천자를 알현하는 것을 술직이라고 한다. 순수를 하면서 봄에는 농사를 살펴 부족한 것이 있으면 보충해주고, 가을에는 수확을 살펴서 모자라면 도와준다. 천자가 제후국에 들어갈 때 토지를 잘 개간하고, 밭을 잘 가꾸고, 노인을 잘 봉양하며 어진 사람을 존경하고, 준걸이 벼슬을 하고 있으면 제후에게 상을 주는데, 땅을 상으로 주었다. 천자가 제후국에 들어갈 때 토지는 황무지가 되고, 노인들은 내버려지고, 어진 사람들은 사라지고, 백성을 착취하는 자가 벼슬에 있으면 질책했다. 한 번 알현하지 않으면 제후의 작위를 낮추고, 다시 알현을 하지 않으면 봉토를 줄이고, 세 번을 빠지면 천자의 군대를 보내 제후를 교체한다. 그러므로 천자는 죄를 성토하되 정벌하지는 않고, 제후는 정벌하되 성토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패는 제후를 동원해서 다른 제후를 정벌했다. 그래서 오패를 삼왕의 죄인이라고 한다.         

* 오패(五覇): 제(齊)나라 환공, 진(晉)나라 문공, 진(秦)나라 목공, 송(宋)나라 양공, 초(楚)나라 장공을 말한다.  

** 삼왕(三王): 하(夏)나라를 세운 우왕, 은(殷)나라를 세운 탕왕, 주(周)나라를 세운 문왕 또는 무왕을 말한다.


五覇, 桓公爲盛. 葵丘之會, 諸侯, 束牲, 載書而不歃血. '初命曰, 誅不孝, 無易樹子, 無以妾爲妻. 再命曰, 尊賢育才, 以彰有德. 三命曰, 敬老慈幼, 無忘賓旅. 四命曰, 士無世官, 官事無攝, 取士必得, 無專殺大夫. 五命曰, 無曲防, 無遏糴, 無有封而不告. 曰, 凡我同盟之人, 旣盟之後, 言歸于好.' 今之諸侯皆犯此五禁, 故曰, 今之諸侯, 五覇之罪人也. 長君之惡其罪小, 逢君之惡其罪大. 今之大夫皆逢君之惡, 故曰, 今之大夫, 今之諸侯之罪人也."

오패, 환공위성. 규구지회, 제후, 속생, 재서이불삽혈. '초명왈, 주불효, 무역수자, 무이첩위처. 재명왈, 존현육재, 이창유덕. 삼명왈, 경노자유, 무망빈려. 사명왈, 사무세관, 관사무섭, 취사필득, 무전살대부. 오명왈, 무곡방, 무알적, 무유봉이불고. 왈, 범아동맹지인, 기맹지후, 언귀우호.' 금지제후개범차오금, 고왈, 금지제후, 오패지죄인야. 장군지악기죄소, 봉군지악기죄대. 금지대부개봉군지악, 공왈, 금지대부, 금지제후지죄인야." 

오패 중에서 제나라 환공이 가장 강성했다. 그는 규구의 회맹에서 제후들과 함께 희생양을 묶어놓은 채로 회맹문서를 올려놓고, 피를 마시는 의식은 하지 않고 읽었다. '첫째, 불효하면 처벌하고, 세자를 바꾸지 말고 첩을 아내로 삼지 말라. 둘째, 현인을 존경하고인재를 길러서 덕이 있는 사람을 표창해라. 셋째, 노인을 공경하고 어린이들을 자애롭게 대하고 손님과 나그네를 소홀히 대하지 말라. 넷째, 선비는 관직을 대물림하게 하지 말고 관청의 일을 겸직시키지 말라. 선비를 취함에 반드시 적임자를 선택하고 함부로 대부를 죽이지 말라. 다섯째, 물길을 돌리는 제방을 쌓지 말고, 흉년이 든 이웃나라에서 삭량을 사가는 것을 막지 말고, 대부에게 식읍을 봉하고도 알리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해라. 그리고 또 우리 동맹을 맺은 모든 사람들은 오늘 이후로 서로 잘 지내자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제후들은 모두 이와 같은 다섯 가지를 어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다른 제후들을 오패에 대해 죄를 지은 죄인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8.

魯欲使愼子爲將軍. 孟子曰, "不敎民而用之, 謂之殃民. 殃民者, 不容於堯舜之世. 一戰勝齊, 遂有南陽, 然且不可." 愼子勃然不悅曰, "此則滑釐所不識也." 曰, "吾明告子. 天子之地方千里, 不千里, 不足以待諸侯. 諸侯之地方百里, 不百里, 不足以守宗廟之典籍. 周公之封於魯, 爲方百里也, 地非不足而儉於百里. 太公之封於齊也, 亦爲方百里也, 地非不足也而儉於百里. 今魯方百里者五, 子以爲有王者作, 則魯在所損乎, 在所益乎? 徒取諸彼以與此, 然且仁者不爲, 況於殺人以求之乎? 君子之事君也, 務引其君以當道, 志於仁而已."

노욕사신지위장군. 맹자왈, "불교민이용지, 위지앙민. 앙민자, 불용어요순지세. 일전승제, 수유양남, 연차불가." 신자발연불열왈, "차즉활리소불식야." 왈, "오명고자. 천자지지방천리, 불천리, 부족이대제후. 제후지지방백리, 불백리, 부족이수종묘지전적. 주공지봉어로, 위방백리야, 지비부족이검어백리. 태공지봉어제야, 역위방백리야, 지비부족야이검어백리. 금로방백리자오, 자이위유왕자작, 즉로재소손호, 재소익호? 도취제피이여차, 연차인자불위, 황어살인이구지호? 군자지사군야, 무인기군이당도, 지어인이이."

노나라에서 신자를 장군으로 임명하려고 하니 맹자가 말했다. "백성을 훈련없이 군사로 쓰는 것을 백성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합니다. 백성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은 요임금과 순임금이 다스리던 시절에는 용납이 되지 않았고, 전쟁을 하고 쉽게 제나라를 이겨서 남양 땅을 차지한다고 해도 그건 옳지 않습니다." 신자가 발끈하여 불쾌해하며 말했다. "저는 이해가 안 됩니다." 맹자가 말했다. "내가 분명하게 말하겠습니다. 천자의 땅은 사방이 1,000 리인데, 1,000 리가 안되면 제후들을 상대하기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제후들의 땅은 사방이 100 리인데, 100 리가 안되면 종묘의 전적을 지킬 수가 없습니다. 주공을 노나라의 제후로 봉할 때 하사한 땅이 사방 100 리였는데, 땅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100 리를 넘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태공을 제나라의 제후로 봉할 때 하사한 땅이 역시 100 리였는데, 땅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100 리를 넘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노나라에 땅이 사방 100 리가 되는 제후가 5명이 있었는데, 당신이 생각할 때 앞으로 왕도정치를 실현하는 제후가 나타난다면 노나라는 그 땅을 줄여야 하겠습니까? 아니면 확장해야 하겠습니까? 인한 사람이라면 한낱 저쪽에서 빼서 이쪽에 주는 것조차 하지 않는데, 하물며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영토를 늘리려고 해야겠습니까? 군자가 임금을 섬기는 것은 그 임금을 인도하여 인에 뜻을 두게 하는데 힘쓸 뿐입니다."

* 신자(愼子): 노(魯)나라 사람으로 이름은 골리(滑釐)이며 법가(法家)의 학자이다.

** 남양(南陽): 제(齊)나라의 지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