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고자 상(告子·上) 7-10
7.
孟子曰, "富歲子弟多賴, 凶歲子弟多暴, 非天之降才爾殊也, 其所以陷溺其心者然也. 今夫麰麥, 播種而耰之, 其地同, 樹之時又同, 浡然而生, 至於日至之時, 皆熟矣. 雖有不同, 則地有肥磽, 雨露之養, 人事之不齊也. 故凡同類者, 擧相似也, 何獨至於人而疑之? 聖人與我同類者. 故龍子曰, '不知足而爲屨, 我知其不爲簣也.' 屨之相似, 天下之足同也. 口之於味, 有同嗜也, 易牙先得我口之所嗜者也.
맹자왈, "부세자제다뢰, 흉세자제다폭, 비천지강재이수야, 기소이함닉기심자연야. 금부모맥, 파종이우지, 기지동, 수지시우동, 발연이생, 지어일지지시, 개숙의. 수유부동, 즉지유비교, 우로지양, 인사지불제야. 고범동류자, 거상사야, 하독지어인이의지? 성인여아동류자. 고용자왈, '부지족이위리, 아지기불위궤야.' 구지상사, 천하지족동야. 구지어미, 유동기야, 역아선득아구지소기자야.
맹자가 말했다. "풍년이 들면 선량한 사람들이 많고, 흉년이 들면 포악한 사람이 많아지는데, 이는 하늘이 내린 본성이 다른 것이 아니라 그마음을 빠져들게 하는 까닭이 있어서 자연히 그렇게 되는 것이다. 보리와 밀의 씨앗을 밭에 뿌리고 흙으로 덮어 놓는데, 밭이 같고 심은 때가 같으면 싹이 나고 자라서 하지가 되면 모두 여물게 된다. 비모두 같지 않다면 이는 밭이 기름지거나 척박하거나 비와 이슬의 양이나 사람의 하는 일이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무릇 종류가 같으면 모두 서로 비슷하니 어찌 사람만 그렇지 않다고 의심하겠는가? 성인도 나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옛날에 현인 용자가 말하기를, '발의 크기를 모르고 신을 지어도 나는 그것이 사태기처럼 크게 되디는 않을 것을 알 수 있다.'라고 했는데, 신이 서로 비슷한 것은 세상 사람들의 발이 거의 같아서 그렇다. 사람들의 입맛도 기호가 비슷하다. 역아는 우리 입맛에 맞는 것을 먼저 알아냈다.
如使口之於味也, 其性與人殊, 若犬馬之與我不同類也, 則天下何嗜皆從易牙之於味也. 至於味, 天下期於易牙, 是天下之口相似也. 惟耳亦然. 至於聲, 天下期於師曠, 是天下之耳相似也. 惟目亦然. 至於子都, 天下莫不知其姣也. 不知子都之姣者, 無目者也. 故曰, 口之於味也, 有同嗜焉, 耳之於聲也, 有同聽焉, 目之於色也, 有同美焉. 至於心, 獨無所同然乎? 心之所同然者何也? 謂理也義也. 聖人先得我心之所同然耳. 故理義之悅我心, 猶芻豢之悅我口."
여사구지어미야, 기성여인수, 약견마지여아부동류야, 즉천하하기개종역아지어미야. 지어미, 천하기어역아, 시천하지구상사야. 유이역연, 지어성, 천하기어사광, 시천하지이상사야. 유목역연. 지어자도, 천하막부지기교야. 부지자도지교자, 무목자야. 고왈, 구지어미야, 유동기언, 이지어성야, 유동청언, 목지어색야, 유동미언. 지어심, 독무소동연호? 심지소동연자하야? 위리야의야. 성인선득아심지소동연이. 고리의지열아심, 유추환지열아구."
만약 우리가 맛을 느끼는 본성이 사람들마다 서로 다르고, 개나 말이 우리와 다른 종류인 것처럼 그 차이가 크다면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역아의 맛을 따르겠는가? 맛에 관해서는 세상 사람들이 역아에게 기대하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의 입맛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귀도 역시 그렇다. 소리에 관해서는 온 세상이 사광에 기대하는데, 그이유는 사람들의 청각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눈도 역시 그렇다. 자도에 이르러 세상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므로 말한다. 입으로 느끼는 맛은 누구나 같고, 귀로 듣는 소리도 누구나 같고,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도 누구나 같다. 그런데, 오직 마음에 관해서만 누구나 같다고 여기지 않는가? 마음이 같다는 그것은 무엇인가? 이른바 리와 의다. 성인이 먼저 알았을 뿐이다. 그러므로 리와 의가 우리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은 잘 차려진 음식이 우리 입을 즐겁게 하는 것과 같다."
* 역아(易牙): 제(齊)나라 환공(桓公) 때의 이름난 요리사로 진기한 요리를 원하는 환공에게 자기 아들을 삶아서 올렸다고 한다.
** 사광(師曠): 진(晉)나라의 악사로 장님인데, 제(齊)나라와 전쟁할 때 새소리를 듣고 제나라가 후퇴할 것을 알았다고 한다.
*** 자도(子都): 정(鄭)나라 사람으로 본명은 공손알(公孫閼)이며, 꽃미남의 대명사이다.
8.
孟子曰, "牛山之木嘗美矣, 以其郊於大國也, 斧斤伐之, 可以爲美乎? 是其日夜之所息, 雨露之所潤, 非無萌蘖之生焉, 牛羊又從而牧之, 是以若彼濯濯也. 人見其濯濯也, 以爲未嘗有材焉, 此豈山之性也哉? 雖存乎人者, 豈無仁義之心哉? 其所以放其良心者, 亦猶斧斤之於木也, 旦旦而伐之, 可以爲美乎?
맹자왈, "우산지목상미의, 이기교어대국야, 부근벌지, 가이위미호? 시기일야지소식, 우로지소윤, 비무맹얼지생언, 우양우종이목지, 시이약피탁탁야. 인견기탁탁야, 이위미상유재언, 차기산지성야재? 수존호인자, 기무인의지심재? 기소이방기량심자, 역유부근지어목야, 단단이벌지, 가이위미호?
맹자가 말했다. "우산에 있는 나무가 예전에는 아름다웠지만, 큰 성 밖에 있어 도끼와 자귀로 베어내니 어찌 아름다울 수가 있겠는가? "그래도 나무가 밤낮으로 자라고, 비와 이슬이 적셔주고, 새싹도 돋아나지만, 소와 양을 데려다 멋이는 탓으로 저렇게 민둥산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 민둥산을 보고 원래부터 바탕이 그랬다고 하지만 이것이 어찌 산의 본래 모습이었겠는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본성인들 어찌 원래부터 마음 속에 인과 의가 없었겠는가? 양심을 버린 것도 역시 도끼와 자귀로 산에 있는 나무를 베어내듯이 매일 아침마다 양심을 베어내는 것과 같아서 어찌 아름다울 수가 있겠는가?
* 우산(牛山): 제(齊)나라 동남쪽에 있는 산이다.
其日夜之所息, 平旦之氣, 其好惡與人相近也者幾希, 則其旦晝之所爲, 有梏亡之矣. 梏之反覆, 則其夜氣不足以存, 夜氣不足以存, 則其違禽獸不遠矣. 人見其禽獸也, 而以爲未嘗有才焉者, 是豈人之情也哉? 故苟得其養, 無物不長, 苟失其養, 無物不消. 孔子曰, '操則存, 舍則亡, 出入無時, 莫知其向.' 惟心之謂與!"
기일야지소식, 평단지기, 기호오여인상근야자기희, 즉기단주지소위, 유곡망지의. 곡지반복, 즉기야기부족이존, 야기부족이존, 즉기위금수불원의. 인견기금수야, 이이위미상유재언자, 시기인지정야재? 고구득기양, 무물불장, 구실기양, 무물불소. 공자왈, '조즉존, 사즉망, 출입무시, 막지기향.' 유심지위여!"
마음은 밤에 자라고 새벽의 기운을 받아 좋아함과 미워함이 다른 사람들과 서로 같은 것이 없지 않지만, 낮에 하는 일로 인해 그 양심이 어지러워지고 없어진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밤에 성숙해진 좋은 기운을 지킬 수 없고, 짐승과 다름이 없게 된다. 사람들이 그 짐승과 같은 모습을 보고 처음부터 바탕이 없었다고 하는데, 이것이 어찌 사람의 본성이겠는가? 진실로 제대로 길러주기만 한다면 자라지 않는 것이 없지만 길러주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는 것이 없다. 공자가 '마음은 잡으면 존재하고 버리면 사라지는데, 나가고 들어옴이 때가 없고 어디로 나가는지도 알 수 없다.'고 한 것은 오직 인간의 마음을 이야기한 것이다!"
9.
孟子曰, "無惑乎王之不智也. 雖有天下易生之物也, 一日暴之, 十日寒之, 未有能生者也. 吾見亦罕矣, 吾退而寒之者至矣, 吾如有萌焉何哉? 今夫奕之爲數, 小數也, 不專心致志則不得也. 奕秋通國之善奕者也. 使奕秋誨二人奕, 其一人專心致志, 惟奕秋之爲聽. 一人雖聽之, 一心以爲有鴻鵠將至, 思援弓繳而射之, 雖與之俱學, 不若之矣. 爲是其智不若與? 曰非然也."
맹자왈, "무혹호왕지불지야. 수유천하이생지물야, 일일폭지, 십일한지, 미유능생자야. 오견역한의, 오퇴이한지자지의, 오여유맹언하재? 금부혁지위수, 소수야, 불전심치지즉부득야. 혁추통국지선혁자야. 사혁추회이인혁, 기일인전심치지, 유혁추지위청. 일인수청지, 일심이위유홍곡장지, 사원궁격이사지, 수여지구학, 불약지의. 위시기지불약여? 왈비연야."
맹자가 말했다. "왕이 지혜롭지 못하다고 해서 이상할 것 없다. 세상에 아무리 잘 자라는 식물이라고 해도 하룻동안 햇볕은 하루만 쬐고 열흘을 어두운 곳에 놓아 두어도 잘 자랄 수가 없다. 내가 왕을 만나는 것은 드문데, 내가 나오면 왕을 어둡게 하는 자들이 들어간다. 왕에게 지혜의 싹이 자란다고 해도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있겠는가? 바둑의 수는 많지 않지만, 바둑에 전념하면서 뜻을 다하지 않으면 잘 되지 않는다. 혁추는 나라 안에서 바둑을 잘 둔다고 알려진 사람이다. 혁추가 두 사람에게 바둑을 가르치는데, 한 사람은 바둑에 전념하면서 뜻을 다해 오직 혁추가 가르쳐 주는 것에만 집중해 듣는다. 다른 한 사람은 듣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기러기와 고니가 날아오면 활과 주살을 당겨 잡을 생각만 한다면 비록 함께 배우더라도 실력은 다를 것이다. 이는 지혜의 차이 때문인가? 그렇지 않다."
* 혁추(奕秋): 노(魯)나라의 바둑 명인이다.
10.
孟子曰, "魚我所欲也, 熊掌亦我所欲也, 二者不可得兼, 舍魚而取熊掌者也. 生亦我所欲也, 亦我所欲也, 二者不可得兼, 舍生而取義者也. 生亦我所欲, 所欲有甚於生者, 故不爲苟得也, 死亦我所惡, 所惡有甚於死者, 故患有所不避也. 如使人之所欲莫甚於生, 則凡可以得生者, 何不用也? 使人之所惡莫甚於死者, 則凡可以避患者, 何不爲也? 由是則生而有不用也, 由是則可以避患而有不爲也, 是故所欲有甚於生者, 所惡有甚於死者.
맹자왈, "어아소욕야, 웅장역아소욕야, 이자불가득겸, 사어이위웅장자야. 생역아소욕야, 역아소욕야, 이자불가득겸, 사생이취의자야. 생역아소욕, 소욕유심어생자, 고불위구득야, 사역아소오, 소오유심어사자, 고환유소불피야. 여사인지소욕막심어생, 즉범가이득생자, 하불용야? 사인지소오막심어사자, 즉범가이피환자, 하불위야? 유시즉생이유불용야, 유시즉가이피환이유불위야, 시고소욕유심어생자, 소오유심어사자.
맹자가 말했다. "나는 생선도 좋아하고 곰 발바닥도 좋아한다. 두 가지를 함께 가질 수 없다면, 나는 생선을 버리고 곰 발바닥을 택하겠다. 나는 삶도 원하고 의로움도 원한다. 두 가지를 함께 가질 수 없다면, 삶을 버리고 의로움을 택할 것이다. 삶 역시 바라는 바이지만 그보다 더 바라는 것이 있다. 그러므로 구차하게 삶을 구하려 하지 않는다. 죽음 역시 싫어하는 바이지만 그보다 더 싫어하는 것이 있다. 그러므로 환란을 피하려 하지 않는다. 만약 사람이 삶보다 더 원하는 것이 없다면 모두들 살기 위한 방법을 어찌 쓰지 않겠는가? 만약 사람이 죽음보다 더 싫어하는 것이 없다면 모두들 환란을 피하기 위해 무슨 일인들 어찌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어도 쓰지 않는 경우가 있고, 환란을 피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사람에게는 삶보다 더 원하는 것이 있고, 죽음보다 더 싫어하는 것이 있다.
非獨賢者有是心也, 人皆有之, 賢者能勿喪耳. 一簞食, 一豆羹, 得之則生, 不得則死, 嘑爾而與之, 行道之人不受, 蹴爾而與之, 乞人不屑也, 萬鍾則不辨禮義而受之. 萬鍾於我何加焉? 爲宮室之美? 妻妾之奉? 所識窮乏者得我與? 曏爲身死而不受, 今爲宮室之美爲之, 曏爲身死而不受, 今爲妻妾之奉爲之, 曏爲身死而不受, 今爲所識窮乏者得我而爲之, 是亦不可以已乎? 此之謂失其本心."
비독현자유시심야, 인개유지, 현자능물상이. 일단사, 일두갱, 득지즉생, 부득즉사, 효이이여지, 행도지인불수, 축이이여지, 걸인불설야, 만종즉불변례의이수지. 만종어아하가언? 위궁실지미? 처첩지봉? 소식궁핍자득아여? 향위신사이불수, 금위궁실지미위지. 향위신사이불수, 금위처첩지봉위지, 향위신이불수, 금위소식궁핍자득아이위지. 시역불가이이호? 차지위실기본심."
현명한 사람들만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데, 현명한 사람들만 그런 마음을 잃지 않는다. 한 그릇의 밥과 한 대접의 국을 얻으면 살고 얻지 못하면 죽을지라도, 욕을 하면서 주면 길가는 사람도 받지 않고 발로 차서 주면 거지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10,000 종의 녹봉은 예와 의로움을 따지지 않고 받는다. 그런데 10,000 종의 녹봉이 나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가? 집을 잘 꾸미기 위해서인가? 아내와 첩의 봉양을 잘 받기 위해서인가? 내가 아는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기 위해서인가? 예전에는 예와 의로움을 따져 자신을 위해서는 죽어도 받지 않겠다던 사람이 지금은 집을 꾸미기 위해 녹봉을 받는다. 예전에는 예와 의로움을 따져 자신을 위해서는 죽어도 받지 않겠다던 사람이 지금은 아내와 첩의 봉양을 잘 받기 위해 녹봉을 받는다. 예전에는 예와 의로움을 따져 자신을 위해서는 죽어도 받지 않겠다던 사람이 아는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기 위해 녹봉을 받는다. 이런 일은 그만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을 일러 본심을 잃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