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이루 상(離婁·上) 1-2
1.
孟子曰, "離婁之明, 公輸子之巧, 不以規矩, 不能成方圓, 師曠之聰, 不以六律, 不能正五音, 堯舜之道, 不以仁政, 不能平治天下. 今有仁心仁聞而民不被其澤, 不可法於後世者, 不行先王之道也. 故曰, 徒善不足以爲政, 徒法不能以自行. 詩云, '不愆不忘, 率由舊章.' 遵先王之法而過者, 未之有也. 聖人旣竭目力焉, 繼之以規矩準繩, 以爲方圓平直, 不可勝用也. 旣竭耳力焉, 繼之以六律正五音, 不可勝用也. 旣竭心思焉, 繼之以不忍人之政, 而仁覆天下矣.
맹자왈, "이루지명, 공수자지교, 불이규구, 불능성방원, 사광지총, 불이육률, 불능정오음, 요순지도, 불이인정, 불능평치천하. 금유인심인문이민불피기택, 불가법어후세자, 불행선왕지도야. 고왈, 도선부족이위정, 도법불능이자행. 시운, '불건불망, 솔유구장.' 준선왕지법이과자, 미지유야. 성인기갈목력언, 계지이규구준승, 이위방원평직, 불가승용야. 기갈이력언, 계지이육률저오음, 불가승용야. 기갈심사언, 계지이불인인지정, 이인부천하의.
맹자가 말했다. "이루가 시력이 아무리 뛰어나고 공수자의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도 자와 컴퍼스를 쓰지 않으면 사각형이나 원을 그릴 수 없다. 사광의 귀가 아무리 밝아도 6률을 지키지 않으면 5음을 바르게 낼 수 없다. 요임금과 순임금의 도가 있어도 어진 정치를 펴지 않으면 세상을 고르게 다스릴 수 없다. 오늘날 군주가 어진 마음을 품고, 백성들의 말을 어질게 듣더라도 백성들이 그 혜택을 받지 못하면 후세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지 못한다. 또 선왕의 도 역시 실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오직 선하다고 해서 정치를 잘 하기에는 부족하고, 오직 법만으로는 정치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경>에 '허물도 없이, 잊지도 않고 옛 법도를 따른다.'는 구절이 있다. 선왕의 법을 지키고도 잘못된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다. 성인들이 좋은 눈으로 최선을 다했음에도 자와, 컴퍼스, 수평기, 먹줄을 이용해서 사각형과 원, 수평, 수직을 만들었으므로 다 사용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도형이 생겨났다. 귀로 충분히 듣고도 다시 6률을 이용해서 5음을 바르게 하였으므로 다 사용할 수 없을만큼 많은 음이 생겨났다. 군주가 마음을 충분히 다하고도 사람들의 어려움을 참지 않고 정치를 베풀었으므로 인이 세상을 덮게 되었다.
* 이루(離婁): 전설에 나오는 눈이 밝은 사람으로 100미터 앞에서 가는 털 끝을 볼 수 있다고 한다.
** 공수자(公輸子): 노(魯)나라 사람으로 뛰어난 장인인데, 대패를 발명했다고 한다.
*** 사광(師曠): 춘추시대의 우명한 악사이다.
**** 육률(六律): 12음 중에서 홀수 번째의 여섯가지 음을 말한다. 육려(六呂)는 짝수 번째의 여섯가지 음을 가르킨다.
***** 오음(五音): 12음 중에서 궁, 상, 각, 치, 우의 다섯가지 음을 말한다.
****** <시경> 대아 생민지십(大雅 生民之什) 가락(假樂)에 나오는 구절이다.
故曰, 爲高必因丘陵, 爲下必因川澤, 爲政不因先王之道, 可謂智乎? 是以惟仁者宜在高位. 不仁而在高位, 是播其惡於衆也. 上無道揆也, 下無法守也, 朝不信道, 工不信度, 君子犯義, 小人犯刑, 國之所存者幸也. 故曰, 城郭不完, 兵甲不多, 非國之災也, 田野不辟, 貨財不聚, 非國之害也. 上無禮, 下無學, 賊民興, 喪無日矣. 詩曰, '天之方蹶, 無然泄泄.' 泄泄猶沓沓也. 事君無義, 進退無禮, 言則非先王之道者, 猶沓沓也. 故曰, 責難於君謂之恭, 陳善閉邪謂之敬, 吾君不能謂之賊."
고왈, 위고필인구릉, 위하필인천택, 위정불인선왕지도, 가위지호? 시이유인자의재고위, 불인이재고위, 시파기악어중야. 상무도규야, 하무법수야, 조불신도, 공불신도, 군자범의, 소인범형, 국지소존자행야. 고왈, 성곽불완, 병갑부다, 비국지재야, 전야불벽, 화재불취, 비국지해야. 상무례, 하무학, 적민흥, 상무일의. 시왈, '천지방궐, 무연예예.' 예예 유답답야. 사군무의, 진퇴무례, 언즉비선왕지도자, 유답답야. 고왈, 책난어군위지공, 진선폐사위지경, 오군불능위지적."
그러므로 높이 쌓기 위해서는 언덕에서 시작하고, 낮게 파기 위해서는 개울이나 연못을 이용해서 만든다고 한다. 정치를 할 때에도 선왕의 도에 기반해서 하지않으면 어찌 지혜롭다고 할 것인가? 이러한 이유로 오직 어진 사람만 높은 자리에 있어야 한다. 어질지 못한 사람이 높은 자리에 있으면 대중들에게 자신의 악함을 퍼뜨리게 된다. 윗 사람이 도를 기준으로 하지 않으면 아랫 사람은 법을 준수하지 않는다. 조정이 도를 믿지 않으면 기술자들은 자를 믿지 않는다. 군자가 의로움을 어기고 소인이 죄를 짓는데도 나라가 보존된다면 요행이다. 그러므로 성곽이 완전하지 못하고 군사가 많지 않은 것이 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밭과 들을 개간하지 않고, 재물이 모이지 않는다고 해서 나라에 해로운 것이 아니다. 윗사람은 무례하고 아랫사람이 배우지 않으면, 나라를 해치는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나라는 금방 망한다. <시경>에 이르기를, '하늘이 바야흐로 주나라를 움직이려고 하는데, 그렇게 애애하지 말라.'고 했는데, 애애는 떠들기만 한다는 것이다. 임금을 섬기는데 의가 없고, 나아가고 물러섬에 예가 없으면서, 선왕의 도가 아니라고 비난하는 그것이 떠들기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임금이 어려운 일을 하게 하는 것은 선정을 베풀기를 바라는 것이므로 공이라고 하고, 임금이 선을 많이 베풀고 악한 일을 못하게 막는 것은 공손하게 받들어 모시는 것이므로 경이라고 하는데, 이와 같이 하지도 않으면서 임금이 무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바르지 않으므로 적이라고 한다."
* <시경> 대아편(大雅篇) 생민지십(生民之什)의 판(板)이란 시의 한 부분이다.
2.
孟子曰, "規矩, 方圓之至也, 聖人, 人倫之至也. 欲爲君, 盡君道, 欲爲臣, 盡臣道. 二者皆法堯舜而已矣. 不以舜之所以事堯事君, 不敬其君者也, 不以堯之所以治民治民, 賊其民者也. 孔子曰, '道二, 仁與不仁而已矣.' 暴其民甚, 則身弑國亡, 不甚, 則身危國削, 名之曰, '幽厲', 雖孝子慈孫, 百世不能改之. 詩云, ‘殷鑒不遠, 在夏后之世.’ 此之謂也."
맹자왈, "규구, 방원지지야, 성인, 인륜지지야. 욕위군, 진군도, 역위신, 진신도. 이자개법요순이이의. 불이순지소이사요사군, 불경기군자야, 불이요지소이치민치민, 적기민자야. 공자왈, '도인, 인여불인이이의. '폭기민심, 즉신시국망, 불심, 즉신위국삭, 명지왈, '유려', 수효자자손, 백세불능개지. 시운, '은감불원, 재하후지세.' 차지위야."
맹자가 말했다. 컴퍼스와 직각자는 사각형과 원의 극치이며, 성인은 인륜의 극치이다. 군주가 되려 한다면 군주의 도를 다해야 하고, 신하가 되려 한다면 신하의 도를 다해야 한다. 이 두 가지는 요순을 본 받으면 된다. 순임금이 요임금을 섬기는 도리로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면 이는 임금을 공경하지 않는 것이고, 요임금이 백성을 다스리는 도리로 배성을 다스리지 않는다면 이는 백성을 해치는 것이다. 공자의 말이다. '어질거나 어질지 않거나 두 개의 길이 있다.' 백성들에게 포악함이 지나치면 자신은 시해를 당하고 나라는 망한다. 지나치지 않다면 자신은 위험해지고 나라는 쇠퇴한다. 임금이 어둡거나 사납다는 평가가 이루어지면, 자손이 효자이고 인자롭다고 해도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 평가를 바꿀 수 없다. <시경>에서는 '은나라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하나라에 있다.'고 했는데, 이게 그 말이다.
* 여기에서 말하는 평가는 군주의 사후에 붙이는 시호(諡號)를 말하는 것으로, '유'는 재위 동안 난리가 나서 나라가 어지러웠거나 소통이 안 되는 경우이며, '려'는 죄 없는 백성을 함부로 죽인 경우에 붙였다.
** <시경> 대아편(大雅篇) 탕지십(蕩之什)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