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등문공 하(滕文公·下) 3-4
3.
周霄問曰, "古之君子仕乎?" 孟子曰, "仕. 傳曰, '孔子三月無君, 則皇皇如也, 出疆必載質.' 公明儀曰, '古之人三月無君, 則弔.'" "三月無君則弔, 不以急乎?" 曰, "士之失位也, 猶諸侯之失國家也. 禮曰, '諸侯耕助以供粢盛, 夫人蠶繅, 以爲衣服. 犧牲不成, 粢盛不潔, 衣服不備, 不敢以祭. 惟士無田, 則亦不祭.' 牲殺器皿衣服不備, 不敢以祭, 則不敢以宴, 亦不足弔乎?"
주소문왈, "고지군자사호?" 맹자왈, "사. 전왈, '공자삼월무군, 즉황황여야, 출강필재지.' 공명의왈, '고지인삼월무군, 즉조.'" "삼월무군즉조, 불이급호?" 왈, "사지실위야, 유저후지실국가야. 예왈, '제후경조이공자성, 부인잠소, 이위의복. 희생불성, 자성불결, 의복불비, 불감이제. 유사무전, 즉역부제.' 생살기명의복불비, 불감이제, 즉불감이연, 역부족조호?"
주소가 물었다. "옛날 군자들도 벼슬을 했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그렇다. 전해오는 기록에 의하면 '공자는 석달이 지나도록 자신을 불러주는 군주가 없으면 무척 초초해 했다. 한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갈 때에도 반드시 선물을 준비해서 길을 나섰다.'고 하며, 공명의는 '석달이 지나도록 불러주는 군주가 없으면 위문해 준다.'고 말했다. "석달이면 너무 성급한 것 아닙니까?" 이에 맹자가 대답했다. "선비가 벼슬을 잃는 것은 제후가 나라를 잃는 것과 같다. <예기>에 '제후는 농사를 지어 곡식을 제물로 바치고, 부인은 누에를 쳐서 제사용 의복을 짓는다. 제물로 바칠 가축이 잘 자라지 않거나 곡식이 정결하지 못하거나 의복을 제대로 갖추어 입지 못하면, 감히 제사를 지내서는 안 된다. 선비가 벼슬을 잃어 농사지을 밭이 없어지면 역시 제사를 지내지 못한다.'고 하였다. 제물로 바치는 가축과 제기에 담을 곡식과 의복이 없어서 감히 제사를 지내지 못하는 처지라면 잔치도 못할 것이니 위문할만 하지 않겠느냐?"
* 주소(周霄): 위(魏)나라 사람으로 맹자의 제자이다.
** 공명의(公明儀): 노(魯)나라의 현인이다.
"出疆必載質, 何也." 曰, "士之仕也. 猶農夫之耕也. 農夫豈爲出疆舍其耒耜哉?" 曰, "晉國亦仕國也, 未嘗聞仕如此其急. 仕如此其急也, 君子之難仕, 何也?" 曰, "丈夫生而願爲之有室, 女子生而願爲之有家, 父母之心, 人皆有之. 不待父母之命, 媒妁之言, 鑽穴隙相窺, 踰牆相從, 則父母國人皆賤之. 古之人未嘗不欲仕也, 又惡不由其道. 不由其道而往者, 與鑽穴隙之類也."
"출강필재질, 하야." 왈, "사지사야. 유농부지경야, 농부기위출강사기뢰사재?" 왈, "진국역사국야, 미상문사여차기급. 사여차기급야, 군자지난사, 하야?" 왈, "장부생이원위지유실, 여자생이원위지유가, 부모지심, 인개유지. 부대부모지명, 매작지언, 찬혈극상규, 유장상종, 즉부모국인개천지. 고지인미상불욕사야, 우오불유기도. 불유기도이왕자, 여찬혈극지류야."
주소가 다시 물었다. "한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갈 때에 반드시 선물을 준비해서 길을 나섰다는 것은 왜 그렇습니까?" 맹자의 대답이다. "선비가 벼슬하는 것은 농부가 밭을 가는 것과 같다. 농부가 다른 나라로 간다고 해서 어찌 쟁기와 보습을 놓고 가겠느냐?" 주소가 말했다. "진나라 역시 벼슬을 할만한 나라이지만 이렇게까지 벼슬하기를 서둘렀다는 말은 아직까지 듣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노력하는데도 군자가 벼슬하기 어렵다는 것은 왜 그렇습니까?" 맹자가 말했다. "아들이 태어나 아내를 얻고, 딸이 태어나 남편을 얻기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한결같은 심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부모의 결정이나 중매쟁이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구멍을 뚫어 서로 엿보거나 담을 넘어 만난다면 그의 부모나 다른 사람들이 천하게 여길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벼슬을 하려고 했지만 동시에 방법이 정당하지 않다면 싫어했다. 정당한 방법이 아닌데 벼슬하러 가는 것은 구멍을 뚫는 것과 같다."
4.
彭更問曰, "後車數十乘, 從者數百人, 以傳食於諸侯, 不以泰乎?" 孟子曰, "非其道, 則一簞食不可受於人, 如其道, 則舜受堯之天下, 不以爲泰, 子以爲泰乎?" 曰, "否, 士無事而食, 不可也." 曰, "子不通功易事, 以羨補不足, 則農有餘粟, 女有餘布, 子如通之, 則梓匠輪輿皆得食於子. 於此有人焉, 入則孝, 出則悌, 守先王之道, 以待後之學者, 而不得食於子, 子何尊梓匠輪輿而輕爲仁義者哉?"
팽경문왈, "후거수십승, 종자수백인, 이전식어제후, 불이태호?" 맹자왈, "비기도, 즉일단사불가수어인, 여기도, 즉순수요지천하, 불이위태, 자이위태호?" 왈, "부, 사무사이식, 불가야." 왈, "자불통공역사, 이선보부족, 즉농유여속, 여유여포, 자여통지, 즉재장윤여개득식어자. 어차유인언, 입즉효, 출즉제, 수선왕지도, 이대후지학자, 이부득식어자, 자하존재장윤여이경위인의자재?"
팽갱이 물었다. "뒤를 따르는 수레 수십 대와 수백 명의 사람들을 거느리고 돌아다니며 제후들에게 밥을 얻어 먹는 것은 너무 지나치지 않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정당하지 않다면 단 한 끼의 식사도 다른 사람에게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정당한 것이라면 다르다. 순임금도 요임금에게서 천하를 물려 받았지만 지나치다고 하지 않았다. 그대는 지나치다고 생각하는가?" 팽갱이 말했다. "아닙니다. 선비가 일을 하지 않으면서 밥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이에 맹자가 말했다. "네가 물자를 교역하여 남는 것을 바꿔 모자라는 것을 채우지 않으면 농부들은 곡식이 남고 아녀자들은 옷감이 남아돌겠지만, 네가 물자를 교역하면 목수와 수레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두 네 덕분에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집에 들어오면 부모에게 효도하고, 밖에 나가면 어른들을 공경하고, 선왕의 도를 지키면서 후세의 학자들을 기다린다면, 이 사람은 네게서 밥을 얻어 먹을 수 없을 것이다. 너는 어찌 목수와 수레를 만드는 사람은 존중하면서 인과 의를 지키는 사람은 경시하느냐?"
* 팽갱(彭更): 맹자의 제자이다.
曰, "梓匠輪輿, 其志將以求食也, 君子之爲道也. 其志亦將以求食與?" 曰, "子何以其志爲哉? 其有功於子, 可食而食之矣. 且子食志乎? 食功乎?" 曰, "食志." 曰, "有人於此, 毁瓦畵墁, 其志將以求食也. 則子食之乎?" 曰, "否." 曰, "然則子非食志也, 食功也."
왈, "재장륜여, 기지장이구식야, 군자지위도야. 기지역장이구식여?" 왈, "자하이기지위재 ?기유공어자, 가식이사지의. 차자사지호? 사공호?" 왈, "사지." 왈, "유인어차, 훼와획만, 기지장이구식야. 즉자사지호?" 왈, "부." 왈, "연즉자비사지야, 사공야."
팽갱이 다시 물었다. "목수와 수레를 만드는 사람이 일을 하는 것은 그 목적이 먹거리를 구하는 데 있고, 군자가 추구하는 도 역시 먹거리를 구하는데 있지 않습니까?" 맹자가 다시 대답했다. "너는 어찌 일을 하는 목적을 가지고 말하느냐? 너에게 공이 있어 밥을 먹일만 하면 먹이는 것이다. 목적이 있어서 밥을 먹이느냐? 아니면 공이 있으면 밥을 먹이느냐? 팽갱이 답했다. "저는 목적이 있어서 밥을 먹인다고 생각합니다." 맹자가 재차 물었다. "여기 사람이 있는데, 기와를 부수고 담벼락에 낙서를 하는데도 그 목적이 밥을 구하는데 있다고 하면 그에게 밥을 주겠느냐?" 팽갱이 "아닙니다."라고 대답하자, 맹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너는 목적이 아니라 공이 있어서 밥을 먹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