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향기/맹자

2. 양혜왕 하(梁惠王·下) 3-4

어산(於山) 2018. 10. 11. 19:12


3.

齊宣王問曰, "交鄰國有道乎?" 孟子對曰, "有. 惟仁者爲能以大事小, 是故湯事葛, 文王事昆夷. 惟智者爲能以小事大, 故太王事獯鬻, 句踐事吳. 以大事小者, 樂天者也, 以小事大者, 畏天者也. 樂天者保天下, 畏天者保其國. 詩云, '畏天之威, 于時保之.'" 王曰, "大哉言矣! 寡人有疾, 寡人好勇."

제선문왕왈, 교린국유도호?" 맹자대왈, "유. 유인자위능이대사소, 시고탕사갈, 문왕사곤이. 유지자위능이소사대, 고태왕사훈죽, 구천사오. 이대사소자, 락천자야, 이소사대자, 외천자야. 락천자보천하, 외천자보기국. 시운, '외천지위, 우시보지.'" 왕왈, "대재언의! 과인유질, 과인호용."

제나라 선왕이 물었다. "이웃나라와 교류하는데 도가 있습니까?" 맹자의 대답이다. "있습니다. 오직 어진 사람만 자기 나라가 커도 작은 나라를 섬길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라의 탕왕이 이웃의 갈나라를 섬겼고, 문왕도 이웃인 곤이를 섬겼습니다. "사람이 지혜로워야 작은 나라에서 큰나라를 섬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문왕의 할아버지가 북쪽의 훈육을 섬겼고, 월나라의 구천이 오나라를 섬겼습니다.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섬기는 것은 하늘의 섭리를 즐기는 것이고,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기는 것은 하늘의 섭리를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하늘의 섭리를 즐기는 사람은 천하를 지킬 수 있고, 하늘의 섭리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자기 나라를 지킬 수 있습니다. <시경>에 이르기를, '하늘의 위엄을 두려워하고 때에 따라 형편에 맞춰서 나라를 보전한다.'고 했습니다." 선왕이 말했다. "좋은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병이 한 가지 있는데 용기를 좋아하는 것입니다!"

對曰, "王請無好小勇. 夫撫劍疾視曰, '彼惡敢當我哉!' 此匹夫之勇, 敵一人者也. 王請大之! 詩云, '王赫斯怒, 爰整其旅, 以遏徂莒, 以篤周祜, 以對于天下.' 此文王之勇也. 文王一怒而安天下之民. 書曰, '天降下民, 作之君, 作之師, 惟曰其助上帝寵之. 四方有罪無罪惟我在, 天下曷敢有越厥志?' 一人行於天下, 武王恥之. 此武王之勇也.武王亦一怒而安天下之民. 今王亦一怒而安天下之民, 民惟恐王之好不勇也."

대왈, "왕청무호소용. 부무검질시왈, '피악감당아재!' 차필부지용, 적일인자야. 왕청대지! 시운, '왕혁사노, 원정기려, 이알조거, 이독주호, 이대우천하.' 차문왕지용야. 문왕일노이안천하지민. 서왈, '천강하민, 작지군, 작지사, 유왈시조상제총지. 사방유죄무죄유아재, 천하갈감유월궐지?' 일인형어천하, 무왕치지. 차무왕지용야. 이무왕역일노이안천하지민. 금왕역일노이안천하지민, 민유공왕지호불용야." 

맹자의 말이다. "작은 용기를 좋아하지 마십시오. 무릇 칼을 들고 노려보며 '네가 어찌 나를 감당하려 하느냐?'고 말한다면 이는 필부의 용기로 겨우 한 사람을 상대하는 용기입니다. 왕께서는 큰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시경>에 이르기를, '문왕이 크게 노해 군대를 정비해서 쳐들어 온 적을 토벌하니 이로써 주나라의 복을 두텁게 하고, 온 세상의 뜻에 부응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문왕의 용기입니다. 문왕이 한 번 노해 온 세상의 백성들을 편안하게 해 주었습니다. 또 <서경>에 이르기를, '하늘이 백성들이 땅 위에 살게 하면서 왕을 만들고, 스승을 만들었다. 그러니 오직 상제를 도와 온 나라를 사랑하라고 말했다. 죄가 있고 없음이 오직 내 판단에 달려 있으니, 세상의 누가 감히 그 뜻을 거슬리겠는가?' 무왕은 한 사람이 제멋대로 구는 것을 보고 수치스럽게 여겼습니다. 이것이 무왕의 용기입니다. 그리고 무왕이 한 번 노하여 온 세상의 백성들을 편안하게 해 주었습니다. 지금 왕께서도 한 번 노하여 온 세상을 편안하게 할 수 있습니다. 백성들은 오직 왕께서 용기를 좋아하지 않을까 그것이 두려울 뿐입니다."  



4.

齊宣王見孟子於雪宮. 王曰, "賢者亦有此樂乎?" 孟子對曰, "有. 人不得, 則非其上矣. 不得而非其上者, 非也, 爲民上而不與民同樂者, 亦非也. 樂民之樂者, 民亦樂其樂, 憂民之憂者, 民亦憂其憂. 樂以天下, 憂以天下, 然而不王者, 未之有也. 昔者齊景公問於晏子曰, '吾欲觀於轉附朝儛, 遵海而南, 放於琅邪, 吾何脩而可以比於先王觀也?' 晏子對曰, '善哉問也! 天子適諸侯曰巡狩. 巡狩者, 巡所守也. 諸侯朝於天子曰述職.

제선왕견맹자어설궁. 왕왈, "현자역유차락호?" 맹자대왈, "유. 인부득, 즉비기상의. 부득이비기상자, 비야, 위민상이불여민동락자, 역비야. 락민지락자, 민역락기락, 우민지우자, 민역우기우. 락이천하, 우이천하, 연이불왕자, 미지유야. 석자제경공문어안자왈, '오욕관어전부조무, 준해이남, 방어랑사, 오하수이가이비어선왕관야?' 안자대왈, '선재문야! 천자적제후왈순수. 순수자, 순소수야. 제후조어천자왈술직.

제나라 선왕이 맹자를 설궁에서 만나 말했다. "어진 사람도 이런 즐거움이 있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백성들은 자기들이 즐겁지 아니하면 위사람을 비난하는데, 그렇다고 위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백성의 윗자리에 있으면서 백성과 더불어 즐기지 않는 것도 역시 옳지 않습니다. 백성의 즐거움을 즐기는 윗사람이 있으면, 백성들 또한 그 윗사람의 즐거움을 즐기게 됩니다. 백성의 근심을 걱정하는 윗사람이 있으면, 백성들 또한 그 위사람의 근심을 걱정하게 됩니다. 세상의 백성들과 더불어 즐거워하고 세상의 백성들과 더불어 걱정하는데도 왕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없었습니다. 옛날에 제나라 경공이 안자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전부산과 조무산을 돌아보고 해변을 따라 남쪽으로 낭야까지 가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선왕의 유람에 견줄 수 있겠습니까?' 안자가 대답했습니다 '좋은 말씀입니다. 천자가 제후의 봉토를 돌아보는 것을 순수라고 합니다. 순수는 지키는 곳을 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제후가 천자의 조회에 참석하는 것을 술직이라고 합니다.


述職者, 述所職也. 無非事者. 春省耕而補不足, 秋省斂而助不給. 夏諺曰, ‘吾王不遊, 吾何以休? 吾王不豫, 吾何以助? 一遊一豫, 爲諸侯度. 今也不然, 師行而糧食, 飢者弗食, 勞者弗息. 睊睊胥讒, 民乃作慝. 方命虐民, 飮食若流. 流連荒亡, 爲諸侯憂. 從流下而忘反謂之流, 從流上而忘反謂之連, 從獸無厭謂之荒, 樂酒無厭謂之亡. 先王無流連之樂, 荒亡之行, 惟君所行也.' 景公說, 大戒於國, 出舍於郊. 於是始興發補不足. 召太師曰, ‘爲我作君臣相悅之樂!’ 蓋徵招角招是也. 其詩曰, '畜君何尤?' 畜君者, 好君也."

술직자, 술소직야. 무비사자. 춘성경이보부족, 추성렴이조불급. 하언왈, '오왕부유, 오하이휴? 오왕부예, 오하이조? 일유일예, 위제후도. 금야불연, 사행이양식, 기자불식, 노자불식. 견견서참, 민내작특. 방명학민, 음식약류. 류연황망, 위제후우. 종류하이망반위지류, 종류상이망반위지련, 종수무렴위지황, 락주무렴위지망. 선왕무류련지락, 황망지행, 유군소행야.' 경공설, 대계어국, 출사어교. 어시시흥발보부족. 소태사왈, '위아작군신상열지악!' 개치소각소시야. 기시왈, '축군하우?' 축군자, 호군야." 

술직은 맡은 바 소임에 대해 설명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일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봄에는 밭갈이를 살펴 모자람이 있으면 보완하고, 가을이면 추수를 살펴 부족한 것이 있으면 도와줍니다. 하나라 속담에 이르기를, '우리 왕이 와서 보지 않는다면 우리가 어떻게 쉴까? 우리 왕이 와서 보지 않는다면 우리가 어떻게 도움을 받을까? 그러므로 한 번씩 돌아보는 것이 제후에게는 제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왕이 돌아보는 길에는 군대와 식량을 대야 합니다. 그러니 굶주린 사람이 먹을 수 없고, 피곤한 사람도 쉴 수 없습니다. 백성들이 눈을 흘기고 서로 헐뜯으니 사악해집니다. 왕이 천명을 거슬러 백성을 학대하고 음식을 물쓰듯 낭비합니다. 방탕하고 술과 사냥에 미쳐 제후를 근심하게 됩니다. 아래쪽으로 흘러 다시 돌아올 것을 잊으면 '류'라고 하고, 윗쪽으로 올라가 다시 돌아올 것을 잊으면 '련'이라고 하며, 사냥에 빠져 절제하지 못하면 '황'이라고 하고, 술을 좋아해 절제하지 못하면 '망'이라고 합니다. 선왕께서는 류와 련의 즐거움에 빠져 돌아오지 못하거나 '황'과 '망'에 빠져 절제를 하지 못한 적이 없었습니다. 오직 왕의 소임을 다했습니다.' 경공이 기뻐하고, 나라에 크게 경계하도록 했습니다. 궁을 떠나 교외로 나가 창고를 열고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태사를 불러 '군신들이 모두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치소'와 '각소'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 노래의 가사입니다. '왕을 막는 것이 어찌 허물이 되겠는가?' 왕을 막는 사람이야말로 왕을 사랑합니다."           

* 안자(晏子): 본명은 안영(). 제나라의 대부이며 명재상으로 이름을 떨쳤다.

** 치소(徵招): 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의 네 번째 음인 치()를 주로 쓰는 음악이다.

*** 각소(角招): 세 번째 음인 각(角)을 주로 쓰는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