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갱
양갱(羊羹)은 팥을 삶아 체에 거르고 설탕, 밀가루, 갈분 등을 섞어 틀에 넣고 쪄서 만든 음식이다. 그런데 '양고기(羊)를 넣어 끓인 국(羹)'이라는 뜻이니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고대 중국에서는 신이나 조상에게 자주 성대한 제사를 올렸는데, 동물을 희생으로 바쳤다. 그 동물은 제사의 중요도에 따라 달랐는데 가장 중요한 제사에는 소를 썼다. 그러나 소는 크고 농경의 역축으로 중요했기 때문에 일상적 제사에서는 양을 사용하는 일이 많았다. 여기에서 희생양(犧牲羊, Scapegoat)이란 말이 유래했다. 희생으로 바치는 양은 물론 잘생기고 큰 것을 택했다. 신이나 조상들이 큰 것을 더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제사를 마친 뒤에 나눠 먹기에도 많은 양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될 수 있는 한 큰 양을 골라 제사에 썼다. 이처럼 양(羊)과 크다(大)는 글자가 합쳐져 훌륭한 것, 아름다운 것이라는 뜻을 가진 미(美)자가 나왔다. 양은 제사드리는 희생물이면서 맛도 좋고 털과 가죽도 귀중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한자에서 羊을 부수로 하는 글자들은 대개 제사와 관련된 용어나 맛있는 음식, 상서로움, 경건함을 상징하는 뜻이 있다. 이와 같이 양고기는 고대 중국에서는 최고의 음식이었다. 국을 뜻하는 갱(羹)이라는 글자를 파자해보더라도 '양(羊)을 불(火)에 올려놓으니 아주 훌륭하다(美)'니 중국 고대의 국을 양고기로 만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의 회족들은 양의 피를 이용해 수프를 만들어 양갱이라고 했다. 대체나 이 스프를 묽게 끓이면 오늘날의 양갱과 모양이 흡사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오늘날의 양갱은 일본에서 서기 1,500년 경에 고안된 것으로, 중국의 양갱과는 재료나 맛에 있어 전혀 다르다. 일본인들이 팥앙금으로 달콤한 과자를 만들었는데, 색깔이 수프와 비슷하고 양고기 국처럼 그 과자의 맛 또한 최고라고 해서 과자 이름을 양갱(요오깡)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양갱에는 양이 들어 있지 않다. 양갱의 종류로는 연양갱, 수양갱, 증양갱 등이 있으며 재료에 따라 팥양갱, 밤양갱, 녹두양갱, 완두양갱, 고구마양갱 등이 있다. 일부 재료로 만든 양갱은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데 팥양갱은 진한 붉은색, 고구마양갱은 노란색, 완두양갱은 녹색이다.
연양갱(鍊羊羹)은 해태제과에서 1945년에 출시된 양갱의 상품명이기도 한데 어린 시절 소풍갈 때 한 개씩 맛보던 추억의 그 양갱이 2019년 추석에는 선물세트로도 판매되었다고 한다. 연양갱은 탄수화물이 주성분이고 약간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보통 한 개(70g 내외)에 200 kcal정도로 밥 2/3 공기의 열량과 맞먹는다. 주재료인 팥은 이뇨작용이 뛰어나고 변비 치료에도 좋은 역할을 한다. 요즘은 운동 중 칼로리 보충식이나 등산, 낚시용 간식으로 많이 먹는다.
[참고]
위키백과
김학민의 음식이야기, 한겨레21(2003.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