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상식/알쓸신잡
권투에서 장갑은 누구를 보호하기 위해 끼는가?
어산(於山)
2019. 4. 17. 20:16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근대 복싱은 일정한 규칙을 지키면서 상대를 제압하는 가장 위험한 운동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도 권투를 그나마 안전한 스포츠로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여러 가지 엄격한 장치를 도입했는데, 예를 들면 선수들이 손에 푹신한 장갑을 끼도록 하고, 허리 위만 때리도록 허용하며, 매 라운드 마다 휴식 시간을 두는 등의 예방조치를 두었다.
그러나 권투 장갑은 맞는 사람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끼는 것이 아니라 때리는 사람의 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은 놀랍기 그지없다. 고대 권투경기에서는 때리는 사람의 손이 부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붕대 모양으로 만든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을 손에 둘렀다고도 한다. 근대에 들어서도 초기에는 맨주먹으로 경기를 했지만, 1747년에 비로소 글러브의 초기 형태인 머플러가 등장했다.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원칙적으로 장갑을 착용하지 않고 경기를 치렀다.
경기 중 펀치를 맞는 사람이 받는 충격과 그로 인해 부상당할 위험을 분석한 결과 200~400g 무게의 권투장갑을 낄 때 작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커진다고 하니 의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