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산(於山) 2019. 3. 7. 14:37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작가] 김춘수(1922~2004)

경남 통영 출생. 1946년 등단. 통영중과 마산중 교사, 경북대와 영남대 교수, 제11대 국회의원, 1998년 시인협회장을 지냈다. 시집으로 <구름과 장미>(1948), <꽃의 소묘>(1959), <처용>(197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