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향기/논어

9. 자한<子罕>

어산(於山) 2018. 9. 18. 17:46


자한<子罕>

 

  

1.

子罕言利與命與仁.  

자한언리여명여인.

공자는 이익을 추구하는 것과 운명에 관한 것, 인에 관한 것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았다.    


2. 

達巷黨人曰, "大哉孔子! 博學而無所成名." 子聞之, 謂門弟子曰, "吾何執? 執御乎? 執射乎? 吾執御矣."

달항당인왈, "대재공자! 박학이무소성명." 자문지, 위문제자왈, "오하집? 집어호? 집사호? 오집어의."   

달항 지역의 마을 사람들이 말했다. "공자는 훌륭하다! 그런데 박학다식하면서도 전문가로 명성이 난 분야는 없다. 공자가 그 말을 듣고 제자들에게 말했다. "나는 무엇을 전문으로 할까? 마부를 할까? 궁수를 할까? 마부나 해야겠다."


3.

子曰, "麻冕禮也, 今也純, 儉, 吾從衆. 拜下, 禮也, 今拜乎上, 泰也. 雖違衆, 吾從下."

자왈, "마면례야, 금야순, 검, 오종중. 배하, 예야. 금배호상, 태야. 수위중, 오종하."

공자의 말이다. 삼베로 만든 제사용 갓을 쓰는 것이 예법에 맞지만 요즘에는 명주실로 만든 것이 검소하다고 하니 나도 사람들을 따르겠다. 그리고 단 아래에서 절하는 것이 예법에 맞는데 요즘에는 단 위에 올라가서 절을 한다. 이는 오만한 짓이니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단 아래에서 하겠다."  


4.

子絶四, 毋意, 毋必, 毋固, 毋我.

자절사, 무의, 무필, 무고, 무아.

공자는 절대로 하지 않는 네 가지가 있었다. 사사로운 뜻을 품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고집하지 않고, 이기적이지 않았다.


5.

子畏於匡, 曰, "文王旣沒, 文不在玆乎? 天之將喪斯文也, 後死者不得與於斯文也, 天之未喪斯文也, 匡人其如予何?"

자외어공, 왈, "문왕기몰, 문부재자호? 천지장상사문야, 후사자부득여어사문야, 천지미상사문야. 광인기여여하?"

공자가 광을 지나가다가 위험한 상황에 빠졌을 때 말했다. "문왕은 이미 돌아가셨지만 그 문화는 여기에 있지 아니한가? 하늘이 장차 사문을 없애 버리려고 한다면 후세 사람들이 사문과 같이 하지 못하겠지만 하늘이 아직 사문을 없애지 않았는데 광의 백성들이 나를 어찌 하겠느냐?"

* 광(匡): 광성(匡城)을 말한다. 공자 일행을 그 마을을 약탈했던 나쁜 사람들로 오해하여 위협한 일이 있었다.

** 사문(斯文): 유교의 문화 또는 제도나 유학자를 의미한다. 

 

6.

大宰問於子貢曰, "夫子聖者與? 何其多能也?”"子貢曰, "固天縱之將聖, 又多能也." 子聞之曰, "大宰知我乎! 吾少也賤, 故多能鄙事. 君子多乎哉? 不多也." 牢曰, "子云, '吾不試, 故藝.'"

대재문어자공왈, "부자성자여? 하기다능야?" 자공왈, "고천종지장성, 우다능야." 자문지왈, "대재지아호! 오소야천, 고다능비사. 군자다호재? 부다야." 로왈, "자운, '오불시, 고예."

태재가 자공에게 물었다. "공자는 성인인가요?" 어떻게 그리도 능력이 많습니까?" 자공이 말했다. "원래 하늘이 낸 거룩한 사람인데다 또 다재다능합니다." 공자가 그 말을 전해 듣고 말했다. "태재가 나를 알고 있구나! 내가 어렸을 때에는 가난하다보니 하찮은 일에 다재다능할 수 밖에 없었다. 군자라고 해서 반드시 재능이 많아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로가 말했다. 스승님이 전에 벼슬을 하지 않아서 여러 가지 재주를 읽혔다고 했습니다."      

* 태재(大宰): 벼슬 이름으로 재상과 같은 말이다.

** 자공(子貢): 본명은 단목사(端木賜). 공문십철 중 한명으로 언변이 뛰어났다. 

*** 천종지성(天縱之聖): 하늘이 낸 거룩한 사람

**** 로(牢):성은 금(琴). 자는 자장(子張), 자개(子開). 공자의 제자이다.


7.

子曰, "吾有知乎哉? 無知也. 有鄙夫問於我, 空空如也, 我叩其兩端而竭焉."

자왈, "오유지호재? 무지야. 유비부문어아, 공공여야, 아구기양단이갈언."

공자의 말이다. "내가 아는 것이 많이 있겠는가? 별로 없다. 다만 배우지 못한 사람이 내개 물으면 텅 빈 것처럼 아는 것은 없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성의를 다해 모두 말해주었다."



8.

子曰, "鳳鳥不至, 河不出圖, 吾已矣夫!"

자왈, "봉조부지, 하불출도, 오이의부!"

공자의 말이다. 봉황새도 날아오지 않고 황하에서는 그림이 나오지 않으니 나도 이제 그만 두어야겠다." 

* 봉황새와 황하의 그림은 모두 어진 임금이 나온다는 길조(吉兆)를 나타내는 상서로운 조짐이다.


9.

子見齊衰者冕衣裳者與瞽者, 見之, 雖少必作, 過之必趨.


자견자최자면의상자여고자, 견지, 수소필작, 과지필추.

공자가 상복을 입은 사람이나 관복을 입은 사람과 눈 먼 사람을 보면 비록 나이가 어려도 꼭 일어나고 지나갈 때에는 종종걸음을 했다. 


10.

顔淵喟然歎曰, "仰之彌高, 鑽之彌堅. 瞻之在前, 忽焉在後. 夫子循循然善誘人, 博我以文, 約我以禮, 欲罷不能. 旣竭吾才, 如有所立卓爾. 雖欲從之, 未由也已.”

안연위연탄왈, "앙지미고, 찬지미견. 참지재전, 홀언재후. 부자순순연선유인, 박아이문, 약아이례, 욕파불능. 기갈오재, 여유소립탁이. 수욕종지, 미유야이."

안연이 탄삭하며 말했다. "우러러 볼수록 더욱 한없이 높고, 바라볼 때는 앞에 있더니 어느새 뒤에 있네. 스승님은 사람들을 차근차근 잘 이끌어 주니, 학문으로는 널리 알게 해주고 예로는 절제하게 해 주네. 그만 두고 싶어도 안 되고 내 재주는 이미 고갈되었네. 쫓아가려고 하지만 더 이상 방법이 없네."  

* 안연(顔淵): 본명은 안회(顔回). 공자의 수제자로 공문십철(孔門十哲) 가운데 한 명이다.


11.

子疾病, 子路使門人爲臣. 病間, 曰, "久矣哉, 由之行詐也! 無臣而爲有臣. 吾誰欺? 欺天乎! 且予與其死於臣之手也, 無寧死於二三子之手乎! 且予縱不得大葬, 予死於道路乎?"

자질병, 자로사문인위신. 병간, 왈, "구의재, 유지행사야! 무신이위유신. 오수기? 기천호! 차여여기사어신지수야, 무녕사어이삼자지수호! 차여종부득대장, 여사어도로호!"

공자의 병이 위중하자, 자로가 제자들에게 가신처럼 상을 준비하도록 시켰는데, 조금 차도가 있자 공자가 말했다. "유가 거짓된 일을 행한지가 오래 되었구나! 원래 가신이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꾸몄으니 나보고 누굴 속이라는 말이냐? 하늘을 속이랴? 뿐만 아니라 나는 가신들이 상을 치뤄주는 것보다는 제자들이 상을 치뤄주었으면 좋겠구나! 성대한 상은 치루지 못하더라도 내가 설마 길바닥 위에서 죽기야 하겠느냐!

*유(由): 본명은 중유(仲由), 자는 자로(子路). 공자의 제자이다.


12.

子貢曰, "有美玉於斯, 韞匵而藏諸? 求善價而沽諸?" 子曰, "沽之哉! 沽之哉! 我待價者也."

자공왈, "유미옥어사, 온독이장제? 구선가이고제?" 자왈, "고지재! 고지재! 아대가자야."

자공이 공자에게 말했다. 아름다운 옥이 있다면 상자에 넣어 잘 감추어두어야 하겠습니까? 아니면 좋은 값에 팔겠습니까?" 공자의 말이다. "팔아야지! 팔아야지! 나도 팔려고 기다리고 있단다."

*자공(子貢): 본명은 단목사(端木賜). 언변이 뛰어나 공문십철(孔門十哲)에 꼽힌다.

** 미옥(美玉): 아름다운 옥이란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벼슬을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 공자를 비유한다.

  

13.

子欲居九夷. 或曰, "陋如之何?" 子曰, "君子居之, 何陋之有?"

자욕거구이. 혹왈, "누여지하?" 자왈, "군자거지, 하누지유"

공자가 구이 지역에 가서 살고 싶어하자 어떤 사람이 말했다. "누추할텐데 어떻게?" 공자의 말이다. "군자가 거처하는데 누추한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구이(九夷): 동쪽에 위치한 9개의 오랑캐 종족을 말한다.

  

14.

子曰, "吾自衛反魯, 然後樂正, 雅頌各得其所."

자왈, "오자위반로, 연후악정, 아송각득기소."

공자의 말이다. "내가 위나라에서 오나라로 돌아온 후 음악을 바르게 정리하고 나니 아악과 송악이 각각 제자리를 잡았다." 

* 아(雅): 궁궐의 행사가 있을 때에 연주하는 정악을 말한다.

** 송(頌): 종묘 제사 등이 있을 때 연주하는 춤곡을 말한다.

  

15.

子曰, "出則事公卿, 入則事父兄, 喪事不敢不勉, 不爲酒困, 何有於我哉?"

자왈, "출즉사공경, 입즉사부형, 상사불감불면, 불위주곤, 하유어아재?"

공자의 말이다. 조정에 나가면 제후와 대부를 잘 모시고, 집에 들어오면 부형을 잘 섬기고, 정성을 다해 장례를 치루고, 술 때문에 고생하지 않는 일, 이 가운데 내가 잘하는 일이 무엇일까?"

 

16.

子在川上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

자재천상왈, "서자여사부! 불사주야."

공자가 냇가에 있으면서 말했다. "흘러가는 것은 다 이와 같이 밤낮을 쉬지 않는구나!"  


17.

子曰, "吾未見好德如好色者也."

자왈, "오미견호덕여호색자야."

공자의 말이다. 나는 아직 덕을 여색만큼 좋아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18.

子曰, "譬如爲山, 未成一簣, 止, 吾止也. 譬如平地, 雖覆一簣, 進, 吾往也."

자왈, "비여위산, 미성일궤, 지. 오지야. 비여평지, 수부일궤, 진, 오왕야."

공자의 말이다. "예컨데 흙을 쌓아 산을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단 한 삼태기 분량의 흙이 모자란 채로 그만둔다면 바로 내가 그만둔 것이다. 반대로 흙을 돋워 땅을 평평하게 고른다고 가정해보자. 단 한 삼태기 분량의 흙을 부었더라도 바로 내가 진척시킨 것이다. 

 

19. 

子曰, "語之而不惰者, 其回也與!"

자왈, "어지이불타자, 기회야여!"

공자의 말이다. "내가 가르쳐 준것을 실천하는데 나태하지 않는 사람은 안회밖에 없구나!" 

 

20.

子謂顔淵曰, "惜乎! 吾見其進也, 未見其止也."

자위안연왈, "석호! 오견기진야, 미견기지야." 

공자가 안연을 부르면서 말했다. "애석하다! 나는 그가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만 보았을 뿐 그만 두는 것은 보지 못했다.

  

21.

子曰, "苗而不秀者, 有矣夫! 秀而不實者, 有矣夫!"

자왈, "묘이불수자, 유의부! 수이부실자, 유의부!"

공자의 말이다. "싹이 나도 이삭이 패지 않는 것도 있고, 이삭이 패고 나서도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것도 있구나!" 

 

22.

子曰, "後生可畏, 焉知來者之不如今也? 四十五十而無聞焉, 斯亦不足畏也已."

자왈, "후생가외, 언지래자지불여금야? 사십오십이무문언, 사역부족외야이."

공자의 말이다. "젊은 사람들을 두려워해야 한다. 그들이 장차 지금의 우리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겠느냐? 그런데 사십이나 오십에도 그 이름이 나지 않는다면 두려워할 것이 없다." 

 

23.

子曰, "法語之言, 能無從乎? 改之爲貴. 巽與之言, 能無悅乎? 繹之爲貴. 悅而不繹, 從而不改, 吾未如之何也已矣."

자왈, "법어지언, 능무종호? 개지우귀. 손여지언, 능무열호? 역지위귀. 열이불역, 종이불개, 오말여지하야이의."

공자의 말이다. "사리에 맞는 말을 들으면 어찌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느냐? 그런데 잘못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완곡하게 해주는 말을 들으면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겠느냐? 그런데 그 말의 깊은 뜻을 헤아리는 것이 중요하다. 따르면서 잘못을 고치지 않고, 즐거워하면서 뜻을 헤아리지 않으면 나로서도 그런 사람은 끝내 어찌할 수가 없다."  

 

24.

子曰, "主忠信, 毋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자왈, "주충신, 무우불여기자, 과즉물탄개."

공자의 말이다. "성실과 신의를 중요하게 여기고, 나보다 못한 벗을 사귀지 말고,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25.

子曰, "三軍可奪帥也, 匹夫不可奪志也."

자왈, "삼군가탈수야, 필부불가탈지야."

공자의 말이다. "삼군의 장수가 지위가 높아도 그 자리는 뺏을 수 있지만, 아무리 지위가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도 그 뜻을 꺽을 수는 없다."

 

26.

子曰, "衣敝縕袍, 與衣狐貉者立, 而不恥者, 其由也與? '不忮不求, 何用不臧?'" 子路終身誦之. 子曰, "是道也, 何足以臧?"

자왈, "의폐온포, 여의호학자립, 이불치자, 기유야여? '불기불구, 하용부장?" 자로종신송지. 자왈, "시도야, 하족이장?"

공자의 말이다. "남루한 옷을 입었지만 모피옷을 입은 사람과 같이 서 있어도 부끄러워 하지 않을 사람이 바로 유다. 그런데 '남을 해치지 않고 물건을 탐내지도 않으니 어찌 훌륭하지 않은가?'라는 시의 한 구절을 평생 외우고 다니겠다고 하자 공자가 말했다. "그런 정도를 가지고 어찌 훌륭하다고 까지야 할 수 있겠느냐?" 

 

27.

子曰,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也."

자왈,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

공자의 말이다. "추운 계절이 닥쳐야 비로소 나무와 잣나무가 늘푸른 것을 알게 된다."

 

28.

子曰, "智者不惑, 仁者不憂, 勇者不懼."

자왈, "지자불혹, 인자불우, 용자불구."

공자의 말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고, 인한 사람은 근심하지 않고, 용기있는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29. 

子曰, "可與共學, 未可與適道, 可與適道, 未可與立, 可與立, 未可與權."

자왈, "가여공학, 미가여적도, 가여적도, 미가여립, 가여립, 미기여권."

공자의 말이다. "함께 공부한 사람이라도 같은 길로 나아갈 수는 없고, 같은 길을 갈 수는 있어도 입장이 같을 수는 없고, 입장이 같더라도 상황에 따른 판단을 같이 할 수는 없다.   


30.

"唐棣之華, 翩其翻而. 豈不爾思, 室是遠而." 子曰, "未之思也, 夫何遠之有?"

"당체지화, 편기반이. 기불이가, 실시원이." 자왈, "미지사야, 부하원지유?"

"산앵두 화사한 꽃잎이 바람에 날리네. 그대 생각이 나는데 그대 집은 너무 멀리 있네." 공자가 이 시에 대해 말했다. "그다지 그리워하지 않는 것이다. 진정으로 그리워 한다면 거리가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