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향기/명심보감

24. 염의편(廉義篇)

어산(於山) 2018. 9. 14. 14:26


염의편(廉義篇)

 

  

印觀賣綿於市. 有暑調者以穀買之而還, 有鳶攫其綿, 墮印觀家, 印觀, 取歸于署調曰鳶墮汝綿於吾家, 故, 還汝, 署調曰鳶攫綿與汝, 天也, 吾何爲受, 印觀曰然則還汝穀, 署調曰吾與汝者市二日, 穀已屬汝矣。 二人相讓, 幷棄於市而歸, 掌市官以聞王, 竝賜爵.

인관매면어시. 유서조자이곡매지이환, 유연확기면, 타인관가, 인관, 취귀우서조왈연타여면어오가, 고, 환여, 서조왈연확면여여, 천야, 오하위수, 인관왈 연즉환여곡, 서조왈오여여자시이일, 곡이속여의.  이인상양, 병기어시이귀, 장시관이문왕, 병사작.

인관이 시장에서 솜을 팔았다. 하루는 서조라는 사람이 곡식을 가져와 솜을 사갔다.  서조가 돌아가는데 솔개 한 마리가 그 솜을 채서 날아가더니 인관의 집에 떨어 뜨렸다. 인관이 솜을 주어다가 서조에게 돌려 보내고 말하기를, "소리개가 당신이 사간 솜을 우리집에 떨어뜨렸습니다. 당신에게 다시 보내 드립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서조는 "소리개가 솜을 채다가 당신에게 준 것은 하늘이 행한 것입니다. 내가 어찌 받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인관이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받은 곡식을 돌려주겠습니다." 서조는 다시 "내가 당신에게 곡식을 준 것이 벌써 이틀이나 되었으니 그건 이미 당신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두 사람이 서로 사양하다가 결국 솜과 곡식을 시장에 같이 놓고 돌아갔다. 시장을 관리하는 관리가 이 이야기를 임금께 상신하니 두 사람 모두에게 벼슬이 내렸다.

* 인관(印觀)과 서조(暑調): 신라시대의 사람들이다.

[출전] 삼국사절요

    

 

洪基燮, 少貧甚無料. 一日早, 婢兒踊躍獻七兩錢曰此在鼎中, 米可數石, 柴可數駄, 天賜天賜. 公驚曰是何金. 卽書失金人推去等字, 付之門楣而待. 俄而姓劉者, 來問書意, 公悉言之。劉曰理無失金於人之鼎內, 果天賜也, 盍取之. 公曰非吾物, 何? 劉俯伏曰小的, 昨夜, 爲竊鼎來, 還燐家勢蕭條而施之, 今感公之廉价, 良心自發, 誓不更盜, 願欲常侍, 勿慮取之。公卽還金曰, 汝之爲良則善矣, 金不可取, 終不受. 後, 公爲判書, 其子在龍爲憲宗國舅, 劉亦見信, 身家大昌. 

홍기섭, 소빈심무료.  일일조, 비아용약헌칠량전왈차재정중, 미가수석, 시가수태, 천사천사. 공경왈시하금. 즉서실금인추거등자, 부지문미이대. 아이성유자, 내문서의, 공실언지. 유왈리무실금어인지정내, 과천사야, 합취지. 공왈비오물, 하? 유부복왈소적, 작야, 위절정래, 환련가세소조이시지, 금감공지렴개, 양심자발, 서불갱도, 원욕상시, 물려취지. 공즉환금왈, 여지위량즉선의, 금불가취, 종불수. 후, 공위판서, 기자재룡위헌종국구, 유역견신, 신가대창.

홍기섭이 젊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이 가난이 심했다. 어느날 아침 계집종이 펄쩍 뛰며 달려와 돈 일곱 냥을 바치더니 "솥 안에 있었는데요, 이만하면 쌀이 몇 섬이요, 나무가 몇 바리는 될 만합니다. 하늘이 내리신 것입니다. 하늘이 내리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공이 놀라서 "대체 이게 무슨 돈이지?"라고 말하고, 돈을 잃은 사람은 찾아 가라는 내용으로 글을 써서 대문 위에 붙였다. 곧 유씨 성을 가진 사람이 찾아와 글의 뜻을 물었다. 공이 사연을 말해 주니, 유씨가 말하기를, "남의 솥 안에다 돈을 잃을 사람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하늘이 주신 것인데 왜 받지 않는 것인지요?”라고 물었다. 공이 말했다. "내 물건이 아닌데 어떻게 내가 갖는다는 말이요?" 유씨가 몸을 구부려 엎드리며 말했다. "소인이 어젯밤 솥을 훔치러 왔다가 공의 가세가 너무 어려운 것을 보고 오히려 불쌍한 생각이 들어 돈을 놓고 돌아 갔는데, 공의 청렴하고 착한 모습에 감복하여 양심의 가책을 받았습니다. 이제부터는 도둑질을 않하기로 맹세하며, 늘 옆에서 공을 모시겠습니다. 그 돈은 염려하지 말고 쓰시면 됩니다." 그러자 공이 바로 돈을 돌려주며 말하기를, "당신이 선량해졌으니 그거야 참 좋은 일이지만, 이 돈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하고 끝내 받지 않았다. 뒤에 공은 판서가 되고 그의 아들 재룡이 헌종의 장인이 되었으며, 유씨 또한 신임을 얻어서 그와 집안이 크게 번성했다.

* 홍기섭(洪基燮):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형조판서와 예조판서를 지냈다.

[출전] 청구야담

    

 

高句麗平原王之女, 幼時好啼. 王戱曰以汝將歸于溫達. 及長, 欲下嫁于上部高氏, 女以王不可食言, 固辭, 終爲溫達之妻. 蓋溫達家貧, 行乞養母, 時人目爲愚溫達也. 一日, 溫達自山中, 負楡皮而來. 王女訪見曰吾乃子之匹也. 乃賣首飾而買田宅器物, 頗富, 多養馬以資溫達, 終爲顯榮.  

고구려평원왕지녀, 유시호제.  왕희왈이여장귀우온달.  급장, 욕하가우상부고씨, 여이왕불가식언, 고사, 종위온달지처.  개온달가빈, 행걸양모, 시인목위우온달야.  일일, 온달자산중, 부유피이래.  왕녀방견왈오내자지필야. 내매수식이매전택기물, 파부, 다양마이자온달, 종위현영.

고구려 평원왕의 딸이 어렸을 때 울기를 잘해서 왕이 "네가 크면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라고 놀렸다. 딸이 커서 상부 고씨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하니 임금이 식언을 하면 안된다고 하며 끝내 사양하더니 결국 온달의 아내가 되었다. 온달은 집이 가난하여 빌어서 어머니를 봉양했는데, 사람들이 그를 바보 온달이라고 불렀다. 하루는 온달이 산에서 느티나무 껍질을 짊어지고 돌아오니 공주가 와 있었다. 그녀는 "저는 그대의 배필입니다."라고 말하더니, 가져온 머리 장식 등을 팔아서 밭과 집과 살림살이를 사서 매우 부유해지고 말을 많이 기르는 등 온달을 도왔다. 마침내 온달이 이름을 드높이고 영예롭게 되었다.

[출전] 삼국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