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산(於山) 2018. 8. 31. 20:04

저녁에


                   - 김광섭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작가] 김광섭(1905-1977) 함경북도 경성군 출생. 1933년부터 중학교 영어 교사로 있으면서 학생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했다는 죄명으로 1941년 일본 경찰에 붙잡혀 3년8개월 동안 옥고를 치렀다. 광복 후에는 미군정청에서 일하다가 대한민국 초기 공보비서관을 지냈다. 이후 경희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대표작으로 '성북동 비둘기(1966)'가 있다. 이 시 '저녁에'는 1969년에 발표되었다.

[노래] 유심초가 불러 히트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이 시를 그대로 가져오고 아래의 새로운 가사를 추가한 곡이다.


너를 생각하면 문득 떠오르는 꽃 한 송이
나는 꽃잎에 숨어서 기다리리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나비와 꽃송이 되어 다시 만나자. 

[그림] 친구 김환기 화백(1913~1974)의 1970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수상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역시 이 시를 모티브로 그렸다고 한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김광섭, 김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