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클립/시와 수필

구부러진 길

어산(於山) 2018. 8. 30. 14:32


구부러진 길


-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작가] 이준관

1949년생, 전북 정읍 출생.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시 '초록색 크레용 하나'로 당선.

수상내역:

2006제19회 대한민국 동요 대상
2004소천문학상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1979제1회 대한민국 아동문학상